여기에 사람들이 힘으로 항거할 수 없는 거인이 있다고 하자.
그 거인은 하나의 침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히고 키가 작은 사람은 억지로 몸을 뽑아 늘리고, 키가 큰 사람들은 다리를 자르는 식으로 사람들을 재단하곤 한다고 하자.
그 거인의 이름은?
눈치가 빠른, 혹은 상식이 뛰어난 분들은 아마 ‘프로크루스테스’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노상강도의 이야기를 떠올리리라.
맞는 말씀이다. 그런데 나는 다른 이름을 붙여보았다.
그 거인의 이름은 ‘현실’이고, 그의 침대는 ‘현실의 잣대’라고...
현실(現實), 실제로 존재하는 것, 혹은 어쩌면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라고 불러도 될 이것은 힘이 세다. 종종 타인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고집불통인 사람도, 알아서 스스로 그 거인의 힘에 맞추게 하는 능력이 있다.
사람들은 이 현실의 힘을 불가항력적인 힘이라 얘기하며 곧잘 스스로를 마음대로 재단하게 내버려 둔다.
나이가 많아서, 전문성이 없어서, 가진 돈이 없어서... 등등 온갖 이유로 변형된 이 현실이란 괴물은 그렇게 사람들의 몸뿐 아니라 마음을 멋대로 재단하며 기괴한 모습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모든 것의 이유는 ‘내가 항거할 수 없는 힘’이라는 인식에 있는 것 같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나는 현실을 단순히 존재하는, 실재하는 것이라고 믿기 힘들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현실이란 그저 우리가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믿는 힘’은 실제로 ‘믿는’ 사람들을 그러한 결과로 끌고 가는 강력한 힘이 있다.
‘나이가 많아서’ 취업이 안 된다는 것은 개인이 느낀 체감적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통계적으로는 일자리의 질의 문제일 뿐이지 최근 고령자 층의 고용률은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 고령자 고용동향을 보면 고용률은 2005년의 58.7%에서 2010년 5월에는 63%까지 늘었다)
현실은 무섭다. 종국에는 사람들을 전혀 엉뚱한 삶의 현장에 데려다 놓곤 한다. 부당한 현실은 부정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싸워야 한다. 어째서 그렇게 고집 세고 잘 바뀌지 않는 사람도 세상의 속설에는 그렇게 쉽게 수긍하고 맞춰가는지 놀라운 일이다.
오늘 당신이 느끼는 부당한 현실이 있다면 일단 수긍하기 전에 한번 싸워보자. 포기는 좀 늦어도 좋다. 삶에 부딪히는 과정은 모두 경험이란 거름이 될 수 있다. 한번쯤 제 멋대로 나를 재단하려는 현실이란 날강도 같은 괴물과 싸워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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