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일자리를 정말 줄일 수 있을까?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 채용 규모를 지난 2017~2022년 정규직 전환을 제외한 연평균 수치인 2만5000명보다도 적은 2만 2000명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공무원 역시 비슷해서 각 지자체의 채용을 줄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거기에 그동안 중장년과 노인층의 일자리 보루로 활용해 왔던 직접 일자리도 줄일 예정이라는 신호가 있었다.
다만, 실제로 고용예상이 나쁘다는 신호에 오히려 지난 해 대비 조금(약 1만 4천 개) 늘린 숫자의 직접일자리가 집행될 예정이라 한다.
이렇게 창출되는 직접일자리가 약 104만 4천 개 정도인데 그중의 90%인 94만 개 정도가 상반기에 집행될 것이라고 한다. 결국 고용 상황의 개선을 위해 일부 부작용이 있더라도 필요한 조치라는 결론을 내린 듯 하다.
직접일자리는 줄일 수 있을까? 내가 고용 관련 분야의 정책전문가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보면 요원해 보인다. 나는 그 이유를 크게 두 가지 때문이라 생각된다.
첫 번째는 중,장년 혹은 고령층의 특성상 새로운 학습에 유연하게 적응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고, 두 번째는 사회환경에 여전히 남아 있는 ‘비틀어진 장유유서’ 때문이다
1. 중장년과 고령층의 새로운 학습에 대한 경직성
기술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빠른 고령화보다 더 빠른 기술변화를 볼 때면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다. 최근 챗GPT 열풍 속에서도 개인적으로 먼저 우려되는 것은 ‘이러면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란 문제였다.
새로운 변화는 누구에게건 부담스럽고 문제일 수 있지만, 특히나 40대를 넘어선 경우에는 이 부담감이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살아온 시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영역들이 대거 나타났고,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적절한 학습을 병행해야 하지만 이 낯선 영역들은 도무지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전직이 자율주행차로 인해 10년 안에는 사라질 것이란 예측은 누구나 하고 있다. 그런데 그후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 많은 운전 관련 종사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라는 걸까?
참고로 2021년 기준 운수업 종사자 수는 ‘통계청 2021년 운수업 조사 결과’를 보면 131만 2천 명으로 나온다. 이들이 주로 중장년 이상이 많다고 볼 때, 아무리 IT의 시대라고 이들에게 IT교육을 시켜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일 가능성이 높다.
2. 비틀어진 장유유서
유교 오륜의 하나에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것이 있다. 어른과 어린아이 사이에는 사회적인 순서와 질서가 있다는 것인데 무식하게 정리하면 ‘일종의 나이에 따른 서열문화와 그에 따른 예의 같은’ 것이다.
우리 시대에 ‘장유유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이게 애매하게 직업현장에서 작용을 한다. 대표적인 현상이 ‘나보다 나이가 많은 아랫사람을 잘 두려 하지 않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일 시키기 불편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고분고분하지 않다’라는 의미가 전제되어 있을 것이다. 노령층을 겨낭한 특정 일자리군을 제외하면 보통 취업자들이 꼭 넘어야 할 난관 중의 하나는 ‘내 상사가 될 사람이 몇 살인가?’라는 문제도 있다.
이런 것들이 난무하는 이상, 중장년과 고령층 일자리의 확대는 자발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인위적인 일자리 창출이 불가피한데 이 경향은 어떤 정권이 들어와도 고용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외면하기’ 어려운 구조일 수밖에 없다.
만약 상반기에 고용이 몰리고 나서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하반기에 남은 예산과 자리가 ‘요만큼’이니 그것만 진행하고 모른 척 할 수 있을까? 혹은 이후에도 ‘비효과적인 퍼주기’라고 이런 일자리들을 줄일 수 있을까? 그리고 구직자들은 이런 일자리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이 많아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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