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들이 회사를 쉽게 그만두는 이유는 대체 뭘까?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의 시대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시대인 2021년 1월부터 10월까지 약 3,900만 명의 노동자들이 자진 퇴사를 감행했다. 아마도 그중 상당수는 젊은이들이었을 텐데,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미 몇 년째 온라인에서 직업문제와 연결해 가장 큰 화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키워드는 ‘퇴사’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자신이 회사를 떠난 스토리를 청년들은 무용담처럼 인터넷 공간에 풀어놓곤 했고, 그에 열광하는 팬들마저 생겨나는 분위기다.
도대체 무엇이 젊은이들을 이런 현상으로 몰아간 것일까?
1. 가장 큰 원인: 이제 회사에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
조직에 대한 헌신을 만들어내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조직이 내 현재와 미래,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을 모두 책임져 준다는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한 얘기일 것이다. 전설 속에 회자되는 ‘가족 같은 회사’는 아마 그런 의미였을 것이고 적어도 베이비부머 세대 시대에서는 어느 정도 진실이기도 했다.
그런데 X세대 이후부터 이 공식은 그다지 기능을 하기 어려운 현실이 되고 말았다. IMF를 거치며 조직이 직원을 가족처럼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진짜 가족은 로얄패밀리 뿐이더라...)
이제 젊은이들은 정년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다. 하면 좋겠지만 해주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고, 한편으로는 해준다고 해도 같은 일을 평생 하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다녀야 하는 현실도 그들에게는 그다지 흥미롭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조건만 맞으면 이직하겠다는 생각은 팽배해 있고, 역량이 되면 금방 이직을 한다.
맹룡과강(猛龍過江)이라 했던가? 사나운 용만이 강을 건널 수 있듯, 역량이 되는 이들은 두려움 없이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2. 세부적 원인들: 변화하는 시대에 발 맞추지 못한 회사 환경
좀 더 깊이 들어가 살펴보면 세부적 원인들도 다양하다.
1) 일에 대한 불만 혹은 미래의 부재: 대표적인 고민이 바로 일, 곧 직무에 대한 불만이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지원부서 우선이란 게 말이 되냐”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인 것 같다. 개인의 바람보다는 회사의 입장이 우선시되는 경우였겠지만 그 전달방식이나 운영방식이 요즘의 청년들에게는 납득하기 어려운 문법이 되기도 한다.
당연히 그런 상황이라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어울리는 미래도 만들어가기 어렵다.
솔직히 말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만큼 긍정적인 캐릭터’ 외에는 미래비전이라는 얘기를 꺼내기 민망한 경우가 많다.
2) 급여에 대한 불만: 전통적으로 돈에 대한 불만은 직장인의 불만 중에서는 ‘고전(古典)’과 같은 존재다. 자신의 급여가 자신의 책임보다 적다고 느끼거나 다른 곳에서 더 나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굳이 나쁜 조건을 수용하며 오래 다닐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충성심? 그것도 뭐가 있어야 생기는 게 아니겠는가. 그다지 눈에 띄게 준 게 없는데 충성심을 운운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3) 여전히 부당해 보이는 조직문화: 그나마 조직문화라도 잘 받쳐주면 좀 나을 텐데, 이것도 젊은이들의 이상과 거리가 멀기는 마찬가지다. 각 세대는 세대 간의 문법이 다르다. 회사의 조직문화란 것이 결국 오너의 성향에서 출발한다고 보면, 그 문화가 애초에 스타트업 같은 오너가 젊은 조직이 아닌 한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을 리가 없다. 거기에 상사들과의 관계도 젊은이들의 기준에선 난감한 장벽이다.
상당수의 젊은이들은 ‘회사가 최우선도 아니고. 일이 내 인생의 전부도 아닌’ 세대다. 그 윗세대들이야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젊은이들의 이런 생각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
시대의 인식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엔 정답이었던 것들이 얼마나 많은 새로운 생각들로 대체가 됐는가? 청년세대에게는 그들의 세계관, 직업관이 정답인 것이고, 그것이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 가지는 분명하다. 조직은 어떤 이유로든 그들과의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계속 나이 든 사람들로만 회사를 채울 게 아니라면 말이다. 늘 문제는 한 가지에서 나온다. 하나의 시각만이 정답이라 믿고, 그것을 상대에게 강요할 때 문제가 생긴다. 어디서 들어본 얘기 같지 않은가? 바로 ‘꼰대’의 정의와 유사하다. 열린 문화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만, 결국 대개의 기업은 그런 방향으로 변해갈 것이다. 적어도 외향적으로는...작은 기업도 좋은 자원을 얻으려면 이 흐름을 피하기 어렵다. 똑똑한 친구가 역량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평균보다 못한 환경에서, 오래 근무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 테니까.
젊은 인재의 수용은 어쩌면 오너의 ‘독한’ 결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스스로 달라질 수 있고, 그것을 조직에 이식하겠다는 의지 말이다. 결국 그것만이 회사의 노후화를 막는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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