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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의 뷰포인트

내 삶을 바꾸는 가장 쉬운 첫 걸음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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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바꾸고 싶다면, '하루'라는 일상부터 바꿔보자

 

1. 학습된 무기력​

 

긍정심리학의 대가 마틴 셀리그만은 아이러니하게도 무기력과 관련된 실험으로 유명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전기충격과 관련해 개들을 도피집단(전기충격을 조정할 수 있는 집단), 비도피집단(전기충격에 대한 통제권이 전혀 없는 집단), 그리고 통제집단(전기충격이 없는 집단)의 세 분류로 나누어 실험을 했다.

도피집단의 개들은 자신의 일정한 행위(예컨대, 천장에 매달린 판자를 건드리는 등)로 전기충격을 그치게 할 수 있었지만 반대쪽의 비도피집단의 개들은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반복된 고통을 겪게 된다.

이후 환경을 바꿔 다른 조건(개들이 중간에 작은 울타리를 만들어 넘어가면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는 조건)으로 그 개들을 실험한 결과, 애초에 전기충격을 받지 않았거나 혹은 스스로의 힘으로 전기충격을 통제해 본 개들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전기충격을 회피할 수 있었지만, 비도피집단에 있었던 개들은 제대로 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전기충격을 그냥 참아내는 과정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 실험을 통해 나온 것이 학습된 무기력의 이론이다. ‘일상생활에서 반복적으로 실패한 개인들은 그 상황을 일반화해서 더 이상 통제하려는 노력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기력해 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어린 코끼리를 작은 나뭇가지에 묶어 놓아 움직일 수 없게 하면, 다 자란 후에도 그 나뭇가지를 극복할 수 없는 장애로 인식하게 된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한다.

 

사람은 어떨까? 사람은 분명히 동물과 다르다. 그러나 또한 완전히 별개의 다른 존재로 취급하기도 애매하다. 나는 사람이란 존재를 통해서도 무기력이 학습되는 경우를 가끔 보곤 한다.

K씨는 한 때 금융관련 회사에서 그야말로 잘 나가는 직장생활을 했었던 사람이다.

그러나 크게 사업을 시작하려다 실패한 이후, 거의 5년 이상을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5년이 넘도록 그의 하루 일과는 공공기관이나 도서관에 나가서 컴퓨터 오락이나 웹서핑, 혹은 증권이나 바둑 사이트를 전전하는 것이 일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똑같이 단조로운, 그러나 주변은 물론 자신도 원치 않는 내일 없는 하루하루가 계속 이어지는 수렁에 빠져 있었다.

재취업과 관련한 그의 태도는 대단히 이중적인 잣대를 갖고 있었다.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말과는 달리 어떤 회사도 나를 뽑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도 일관성을 찾지 못하는  '양가감정'이었다.

실제로 금융관련 회사로 다시 컴백하기엔 그의 공백과 나이가 너무 많이 걸렸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쪽 일은 마음에서 타협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수 년 간의 공백에 그는 점점 지쳐갔고 급기야는 사실상 철저한 무기력의 상태에 빠져 든 것으로 보였다.

몇 곳인가 회사를 지원했고 어떤 곳은 일을 잠시 하기도 했으나 채 몇 달을 견디지 못하고 늘 같은 장소로 되돌아오곤 했다. 가족과 주변의 신뢰가 무너졌고, 자존감 역시 바닥인 상황이었지만 스스로가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믿음을 내재하고 있었다.  사실상 이런 경우는 커리어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상담이 필요한 영역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전문가와 연결해 시도해 보았으나 역시나 자신의 모습과 직면하지 못하고 스스로 상담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의 무기력의 근원은 심리적인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심리적 부분의 치료는 시간이 너무 걸리는 일이므로 나는 그의 일상과 하루를 먼저 바꾸길 권했다. 아쉽게도 그는 제안을 거부했다. 하루가 바뀌면 삶이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무기력한 하루의 익숙함을 선택한 것이다.

 

마틴 셀리그만은 무기력의 증상을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1. 행동하지 않는다

2. 나는 뭘 해도 안 된다는 부정적 인지를 형성한다

3. 마음은 물론 몸도 아프다

4. 지나친 수동성

5. 극단을 오가는 식욕

---------‘문제는 무기력이다박경숙_ 재인용]

 

K씨의 경우 식욕까지는 명확히 알 수 없으나 나머지 네 가지는 모두 들어맞는 케이스였다.

 

오늘 하루는 또 내게 어떤 의미였을까?

 

2. 오늘 내 하루는 어땠을까?

인간은 누구나 거듭 실패를 경험하거나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나쁜 환경에 처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무기력을 학습할 수 있다. 결국엔 정도의 문제일 뿐이지 누구나 이런 유사한 경험들 속에 살아간다.

매번 같은 행위를 반복하면서 무언가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생선가게에서 채소를 내놓으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하루가 별 게 없고, 주말이 별 게 없는 일상을 살다 보면, 어쩌면 삶 자체도 별 게 없다는 무언의 학습을 하게 된다.

이런 경우 삶을 바꾸는 가장 빠른 접근은 '하루를 바꾸는 것'뿐이다.

기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들을 중단하고, 자신에게 도움이 될 행동들로 하나씩 채워나가는 노력은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이미 정신적으로 그만한 에너지를 잃었다면 심리치료부터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그럴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우선 그 사람의 하루를 바꿔보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

그렇게 좋은 방향으로 바뀐 하루가 조금씩 누적되면 그것들은 곧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된다. 스스로 무엇인가를 잘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을 유능감이라 한다. 개인의 유능감 향상에 작은 성취의 경험들은 강력한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하루의 누적은 여러가지 의미로 무섭다. 좋은 것은 좋은 대로, 나쁜 것은 나쁜 대로 단단한 흔적을 삶의 바닥에 깔아놓는다.

 

붉게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물어본다.

나는 오늘 하루 무엇을 얻었는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희망적 에너지인가? 아니면 별 의미도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는 무력한 암시를 쌓았나?

어떤 일상의 변화가 나를 좀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까? 때로 심란하지만 어쩌면 한번쯤 스스로 답을 해야 하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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