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자유에 대한 환상
돈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을 자신만의 삶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에 대한 갈망이 거세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경제적 자유를 이야기하고, 그런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비책을 내어놓는다.
어찌 보면 돈에 묶이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니, 요즘 시대에 맞게 자신만의 길을 가는 멋진 개척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가만히 드는 생각, ‘이거 가능한 이야기인가?’
지난 몇 년간 내 상담의 주요 대상이었던 분들은 대기업 출신 임원들이었다. 일반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분들은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연봉에, 나름의 재테크까지 잘 하신 분들이 많아 도무지 걱정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내가 상담했던 다수의 임원들은 여전히 돈에서 그리 자유롭지 않았다. 그를 통해 알게 된 건 각자의 기준이 다를 뿐이지 대개 우리는 자신만의 ‘돈의 관점’에 시달리며 산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꽤(이걸 이 정도로 표현해도 될지 모르지만) 성공했다는 그들마저 그러할진대 과연 일반적인 경우의 사람들이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한 얘기일까?
거기다 ‘경제적 자유’에는 오해의 여지도 너무 많다. 도대체 뭐가 ‘경제적 자유’인 걸까?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혹자는 ‘자신만의 기준이 확실한 돈의 관점’을 얘기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임원들 외에도 일찍 성공해 자수성가한 사람이나 이른바 젊은 나이에 건물주가 된 이들도 만나 보았지만 그들이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산다는 느낌은 받은 적이 별로 없다. 아니 오히려 더 철저하게 돈과 관련된 삶을 통제하는 모습은 많이 보았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도 명확히 납득하기 힘든 ‘경제적 자유’라는 미명 아래 스스로를 옭아매는 또 다른 족쇄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하다.
인간의 삶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밥벌이의 고단함, 생노병사, 인간의 사랑과 관계의 중요함, 내 마음의 걷잡을 수 없는 행보, 지속적인 행복감의 추구 등이 그런 것들이다. 예컨대 밥벌이의 고단함을 초월해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그런 것처럼 돈(혹은 삶을 위한 밥벌이)도 인간이라는 존재이기에 받아들여야 하는 필연적 딜레마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경제적 자유를 추구했다. 그 모호한 개념만으로도 설렜으니까. 그런데 결국 나는 또 다른 돈의 굴레, 더 벌거나 혹은 이쯤은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기준에 시달려야 했다.
그래서 이쯤 해서 받아들이려 한다. 차라리 돈에 대한 고민은 인간의 삶에서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하는 존재란 걸 말이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너무 휘둘리지 않는 중용을 지키는 정도’가 아마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다만 그 막막한 자유라는 환상에 너무 나를 시달리지 않게 하려 한다. 어쩌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단어는 ‘경제적 자유’가 아니라 ‘경제적 균형’이라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좀 불편하고 내 시간을 뜻대로 쓰기 어려울지라도, 그건 결국 삶을 살면서 치러야 하는 일종의 세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더 삶에 이롭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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