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
건축이란 분야가 꽤 거대한 학문의 영역이고 산업의 영역임은 알고 있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활용하는 주거를 만들어 가는 분야...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 생각의 영역 밖에 있는 곳이었다.
어쩔 수 없이 독서토론의 자료로 잡혀 집어 들게 된 책...^^; 그런데 좀 새롭다.
건축주와 건축가가 주고받은 메일을 기반으로 우리 시대의 집과 그를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거기에 사진을 통해 들여다보는 작품들의 모습도 상당히 흥미롭다. 시답잖은(?) 관광지랍시고 온 동네 찾아다니는 사람들에게 건축물 순례도 멋진 여행테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건축, 그를 통해 만들어지는 집이란 것을 진지하게 한번 되돌아볼 수 있게 만든다. 특히 도입부의 건축가의 질문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떤 집을 꿈꾸고 계신가요?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나요?”
도대체 집을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만 바라봤던 우리가 언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던가?
두 사람, 건축가 이일훈과 건축주 송승훈도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일단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다. 각자의 삶의 관점이 뚜렷하다. 그래서 잘 어울렸을까 싶기도 하다.
책을 통해 이루어져가는 집을 바라보는 만큼,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모습도 퍼즐의 조각처럼 쌓여져 간다. 집만큼 재미있는 사람들이다.
책 속의 표면적 주인공인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라는 집도 흥미롭다. 사람들에게 집이란 ‘이렇게 지어져야 하고, 살아가야 한다’라고 웅변하는 것 같다. 물론 이는 집 주인에게 어울리는 ‘살고 싶은 집’이다. 집은 ‘그냥 살면 된다’에 가까운 무식한 관점을 가진 나에겐 그렇게 진지한 동의가 가지는 않는 ‘그의 집’이다. 그러나 독특한 주인의 삶이 묻어있는 이런 집의 존재도 반가운 일임에는 분명하다. 아파트의 삶을 굳이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나는 바란다. 다양한 삶의 모습처럼 집도 다채로운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다만, 그 와중에도 기대하는 것은 고답적인 예술의 영역이 보통 사람들의 곤한 일상을 더 힘겹게 하는 것이 아니라 위안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일훈이란 건축가는 그런 점에서는 보통의 삶도 보듬을 줄 아는 것 같아 반갑다.
부동산으로서의 집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이루어가는 터전으로서의 집, 삶의 방식으로서의 집이란 시각으로 읽어보면 좋을 책,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다.
마음에 남다>
- 어떤 집을 꿈꾸고 계신가요? 어떻게 살기를 원하시나요?(서문)
- 꿈꾸는 일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신의 이상을 모두 던져 넣고 미화하는 속성이 있나 봅니다.(송승훈의 메일 중에서,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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