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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컨설팅

'적응'이라는 이름의 함정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1.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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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생물이 환경적인 조건에 부합해 살아가기 위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을 적응(adaptation)이라고 한다.

인간 역시 생물이니 적응은 인간을 둘러싼 환경, 곧 사회에서 필수적인 요소임이 분명하다.

인간에게 주어진 사회는 여러 가지 작은 사회가 복합적으로 모여 전체를 이룬다. 그 작은 사회 중에서도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작은 사회는 아마도 가정과 직장이리라.

 

최근 이혼률이 높아져 새로운 가정에의 적응이란 문제도 남지만, 실제로 그보다는 훨씬 자주 접하게 되는 작은 사회의 변화는 직장의 변화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일반적인 사회평균보다도 약간 비상식적으로 많은 직장의 변화란 것을 경험해야 했다. 30대를 뒤늦게 직업적 방황으로 보내야 했던 결과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나는 조금쯤 변화가 적은 회사를 꿈꾸는 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 전부터 확실히 예전같이 내년을 알기 힘든 폭풍같은 변화는 벗어났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 최근 얻은 직장이 내게도 내년을 어떻게 계획해야 할지에 대한 최소한의 안정적 기준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내가 생각보다 조직에 철저하게 적응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은 몸과 마음에 걸쳐 일어난 변화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게 전혀 이로울게 없는 적응임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 모두는 무난한(?) 삶을 위해 적응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 무난한 삶이란 개념이 좀 애매하다. 아마도 편안하게 사는 것이란 개념이 주축을 이루는 듯한데, 이게 정말 개인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나는 최근 내가 계획하고 원하는 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환경을 구하고자 현재의 직장에 더 오래 머물기로 결정을 내린 바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오로지 내가 계획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함이었지, 이 조직이 주는 익숙한 일상에 젖어 무난하고 편안한하루하루를 만들어내기 위함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겨우 8개월 정도의 시간 만에 내 몸과 마음이 익숙함이라는 일상의 마약에 젖어들고 있다. 생활의 리듬이란 측면에서 익숙함이란 일정부분 필요하다. 적응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요소로 몰고 갈 생각도 없다. 그러나 익숙함이나 적응이란 말의 이면에는 분명 현재에의 안주라는 요소가 숨어 있다. 이것이 조금씩 확장되어갈 때 나는 내가 계획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추진력을 슬그머니 흘려버리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문제는 비단 나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모든 직장인들은 어느 순간 자신들의 직장에 적응을 하게 되고, 일상의 익숙함으로 만들어간다. 하지만 그 적응이 직장에 대한 일방적 의존이 곧잘 되기 쉬운 상황이고 보면, 이런 밀월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회사가 발전하지 않는 개인에게 얼마나 큰 대가를 지불하려고 할 것인가?

 

적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과하게 적응하는 것은 익숙함이라는 비단이불에 자신의 미래를 질식시켜 죽게 만들 수도 있다. 직장에의 적응 속에도 우리의 정신은 깨어있어야 한다. 성장만이 진리일 수는 없지만, 현재에의 안주가 가져다 줄 미래란 것도 그리 희망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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