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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컨설팅

이력서를 소홀히 하다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3.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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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서툰 사람이 일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처리하다 믿고 찾아 온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얘기다. 지식의 불완전함을 일컫는 얘기인데 나이 들수록 옛사람들의 신랄하고 간결한 표현에 고객을 끄덕이게 된다.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내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데, 나는 때로는 잘 몰라서, 어떤 경우는 알면서도 게으르거나 무심해서 엉뚱한 실수를 하기도 한다.

 

 

 

젊은 여자고객이었다. 좋은 회사를 다녔고, 능력도 있어 보였다. 그런데 그 때문인지 자기 PR에 서툴렀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나와는 그다지 궁합이 맞지 않았나 보다.

이력서를 요청해서 새로 받았는데 나름 잘 정리가 된 것 같은 형식에 슬쩍 흘려 넘어가고 말았다. 그게 아니라도 다른 할 일도 많았고, 무엇보다 나는 ‘이력서는 너무 기초적인 작업이고 단순한 작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게 기초적인 부분을 소홀히 한 계기였다. 문제는 그 이력서로 헤드헌터 같은 곳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이었다. 나도 잘 내용을 보지 않았고, 고객은 고객대로 그 정도면 됐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실은 업무도 좀 애매했다. 제약관련 쪽이었는데 초기상담을 통해 그 주요업무를 나는 마케팅 지원을 위한 세미나나 포럼 개최 쪽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만 이력서에는 포괄적으로 영업이라고 적어놓았던 것이다.

 

처음 몇 곳의 서치 펌은 그냥 보냈던 이력서에 아예 답이 없었다. 그런데 한 곳에서 연락이 왔을 때 나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도대체 그 분이 무슨 업무를 하신 거예요?”라는 물음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찬찬히 이력서를 살펴보고 문제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고객이 받았던 급여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현재의 이력서상의 업무내용만으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때부터 부랴부랴 다시 확인작업에 들어갔다. 다시 확인한 고객의 주요업무는 준종합병원과 지역종합병원의 영업관리였다. 정작 이력서에는 빠져 있었던 부분이었다. 거기에 취급한 상품관련 언급도 없어서 뒤늦게 확인을 해보니 호르몬 계열 제품들이었다. 이것도 상품 종류에 따라 외국계 회사들은 좀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뒤늦게 배웠다.

 

결국 다시 상황을 정리해 이력서를 수정 요청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름 다시 방향을 잡아 나갈 수 있었지만, 내가 한 실수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냥 받고 그냥 진행한 프로세스였다.

 

일이 익숙해진다는 건, 다른 말로 신경이 점점 더 느슨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속에 묻혀버리면 아무리 시간을 보내도 발전은 없다. 그래서일게다. 우리나라 직장인 중에 어떤 분야에서 오래 일을 했음에도 막상 특별한 전문성을 얘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도 기본, 야구도 기본, 컨설팅도 기본을 놓치면 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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