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트'에 대한 생각
‘카트’라는 영화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썩 보고 싶지는 않았다. 대충 알 것 같은 우리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던 탓일까.... 영화에서까지 힘든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갈 직업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 영화는 끝까지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카트에는 우리가 흔히 무심코 바라보는 직업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누구나 일상에서 자주 들리는 마트라는 공간을 통해, 그 속에서 일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에겐 마치 마트의 한 부품처럼 인식되는 캐셔와 청소부 등 비정규직들이 직면한 일과 삶의 위기가 스토리의 중심을 이룬다.
나 역시 곧잘 잊어버릴 때가 있지만 모든 직업인은 한 사람의 인간이다. 사회적으로 그들이 하는 일을 중심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엄마, 아내, 귀한 자식들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서면, 혹은 집에서조차 일에서 이어지는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재단 당하곤 한다.
영화에서 이들이 겪는 시련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회사의 매각 속에 진행되는 외주화로 인한 직업적 위기이고, 두 번째는 정작 그 험한 상황에서 누구도 그리 이들에게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 현실이다.
언제부터일까. 우리는 모두 무기력해졌다. 불의에, 재난상황에, 혹은 자본의 횡포에....
결국 싸우려고 해봤자 이겨낼 수 없고, 바뀌지 않는다는 자조적 생각 속에 이제는 대항해 목소리를 높이며 싸울 힘도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영화 속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자신들의 일터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노조 지도부의 여성들은 특히나 사회적 무관심 속에 자신들의 노력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은 심정에 숱하게 흔들리게 된다. 결국 그 중에서도 열성분자였던 한 여성은 어린 아들이 자신의 활동으로 인해 심하게 다치자 현실을 따라 싸움을 포기를 하고 마트의 정책에 협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이런 이들에 대해 결코 비난하는 마음을 가지기 힘들다. 누군들 아무도 동조해주지 않는 시대에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이미 자본의 논리는 세상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진리가 되어버린 시대가 아닌가 말이다.
실화에 바탕한 영화의 주인공들은 소박하지만 끝끝내 작은 성과를 낸다. 함께 싸운 사람들의 복직을 이뤄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일자리를 잃고 만다. 그 이후의 삶이 어떠했을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세상은 변해가고 있다. 일방적인 외주화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단순직의 외주화라는 대세는 현실적으로 거스르기 힘들다. 거기에 영화에서는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캐셔들의 경우 기술력 기반의 무인화 추세 역시 이겨내기 힘들다. 언젠가는 캐셔라는 직업도 예전 우리네 누이들의 ‘버스안내원’이라는 직업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것이다. 이럴 때는 직업분야의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곤혹스럽다. 너무나 당연한 다음 수순인데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직업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사회도 서로가 함께 잘 살자고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이 특정계층의 이익, 혹은 좀 더 심하게는 단체나 조직의 이익만을 내세우게 될 때, 사회는 불행해 진다.
우리 모두는 언제라도 세상의 변화에 희생될 수 있는 존재들이다. 기억할 것은 그 어떤 변화의 목적도 인간이라는 가치의 위에 군림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도구가 될 때, 영화 카트의 비극은 누구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 될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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