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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아름다운 마무리/ 법정 著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1.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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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사실 법정 스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무소유로 대표되는 수필작가이자, 시민운동을 하기도 한 종교계의 큰 스님 정도였다는 피상적 사실이 내가 아는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이 들어 잠시 그 유명한 수필 무소유를 손에 들었다가 무슨 이유인지 그나마 잠시 읽다 손에서 놓은 기억이 전부이다.

 

독서모임의 책으로 선정이 되어 모처럼, 아니 사실상 처음 읽게 된 법정스님의 책, 그것이 실상 그분이 가장 만년에 쓴 책 중의 하나인 아름다운 마무리이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참 쉽게 읽히는 담백한 글쓰기란 생각이 들었다. 삶에 대한 소박하고 검소한 생활을 실천하며 산중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문득 내 삶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물론 그 속에서도 차나 음악과 같이 자신만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 역시 큰 스님의 모습과 함께 인간적인 모습도 엿보게 하는 것 같다.

 

워낙 범인이 상상키 힘든 특별한 삶을 사시던 분이다 보니, ‘살짝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중간 중간 들려주는 불가의 이야기들이나 시 구절들, 사례도 생동감과 재미를 더한다.

 

책을 읽고 나니, 좀 소박하게 살고 싶어졌다. 돌아보면 보통 사람의 삶인데도 참 얽힌 것 많고 군더더기 많은 생이다 싶다. 스님처럼 살 순 없지만, 좀 정리하며 살고 싶어진다. 우선 저 옷장의 수많은 안 입는 옷부터 손을 봐야겠다.



 

마음에 남다>

- 어떤 수행자는 많은 일을 하면서도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으면 이와 같이 대답한다. “나는 서 있을 때는 서 있고, 걸을 때는 걷고, 앉아 있을 때는 앉아 있고, 음식을 먹을 때는 그저 먹는답니다.” “그건 우리도 하는데요.”라고 질문자가 대꾸하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지요. 당신들은 앉아 있을 때는 벌써 서 있고, 서 있을 때는 벌써 걸어갑니다. 걸어갈 때는 이미 목적지에 가 있고요.” (p.86)

 

- 삶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고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고 있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삶의 비참함은 죽는다는 사실보다도 살아 있는 동안 우리 내부에서 무언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있다. 가령 꽃이나 달을 보고도 반길 줄 모르는 무뎌진 감성, 저녁노을 앞에서 지나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줄 모르는 무감각, 넋을 잃고 텔레비전 앞에서 허물어져 가는 일상 등, 이런 현상이 곧 죽음에 한 걸음씩 다가섬이다. (p.88)

 

- 중노릇이란 어떤 것인가? 하루 스물네 시간 그가 하는 일이 곧 중노릇이다. 일에서 이치를 익히고 그 이치로써 자신의 삶을 이끌어 간다. 순간순간 그가 하는 일이 곧 그의 삶이고 수행이고 정진이다.(p.101)

 

-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그대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말라. 자신의 인생을 단순하게 살면 살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 더 명료해질 것이다. 그때 비로소 고독은 고독이 아니고 가난도 가난이 아니게 된다. 그대의 삶을 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생활신조를 표현한 법정 스님의 말씀. (p.141)

 

- 살아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그 생을 마감한다. 이것은 그 누구도 어길 수 없는 생명의 질서이며 삶의 신비이다. 만약 삶에 죽음이 없다면 삶은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죽음이 삶을 받쳐주기 때문에 그 삶이 빛날 수 있다.(p.162)

 

- 사람이 향기로운 여운을 지니려면 주어진 시간을 값없는 일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 탐구하는 노력을 기울여 쉬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가꾸어야 한다. 흙에 씨앗을 뿌려 채소를 가꾸듯 자신의 삶을 조심조심 가꾸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만날 때마다 새로운 향기를 주고 받을 수 있다.(p.180)

 

- "생명 가진 모든 것들을 존중할 때만이 그대들은 성장할 수 있다. 어머니 대지를 사랑하고 존중하기를 우리는 기도드린다. 대지는 인간 생존의 원천이다. 이 다음에 올 여행자들을 위해 이 대지를 더 이상 더럽히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물과 공기와 흙과 나무와 숲, 식물과 동물들을 보호하라. 한정된 자원을 함부로 쓰고 버려서는 안 된다. 보존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위대한 정령은 우리에게 이 대지를 소유하라고 준 것이 아니라 잘 보살피라고 맡긴 것이다. 우리가 대지를 보살필 때 대지 또한 우리를 보살필 것이다. 서로 다른 것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법을 배우게 되기를 우리는 기도드린다.“ (2000년 인디언 부족회의가 채택한 미국에게 주는 성명서인용, p.187)

 

- 지는 꽃향기 골짜기에 가득하고

우짖는 새소리 숲 너머에서 들려온다

그 절은 어디 있는가

푸른 산의 절반은 흰 구름이어라

 

초가는 낡아 삼면의 벽이 없는데

노스님 한 분 대평상에서 졸고 있다

석양에 성긴 비 지나가더니

푸른 산은 반쯤 젖었다 (휴정 스님의 시, 아랫 편은 草屋. p.226)

 

-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귀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그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귀한 사람도 되는 것이다.’ (숫타니파타에서 천한 사람에 대한 글 인용, p.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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