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著

책을 말하다>

최근에 나는 소설을 잘 읽지 않았다. 특히 베스트셀러 출신의 소설들은 조금 실망스러운 것들이 많았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단연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에 어울릴만한 소설을 만났다. ‘엄마를 부탁해’는 그런 소설이었고, 좀 다른 색감의 충격을 선사해 주기에 충분했다.

 

‘당신은 엄마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란 이야기를 사정없이 가슴에 꽂히는 필력으로 작가는 오히려 담담한 듯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러나 책을 읽는 호흡은 그리 담담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엄마’란 존재에게 어찌할 수 없는 ‘원죄’같은 것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실종된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딸과 장남, 그리고 남편의 이야기는 조금 이전의 시대를 살았던 ‘엄마’의 다각적 시선을 보여준다. 그렇게 편의적으로 해석되어오며, 때로 점점 희석화 되었던 엄마란 존재를 가족들은 엄마가 떠나고 나서야 새삼스레 그 존재감을 찾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칠순의 노모가 계시다. 당신께서 내게 하시는 말씀이 “나 죽어 다른 사람한테 잘 생각하지 말고, 있을 때 잘 해라”시며 반쯤은 진담과 농담이 섞인 말씀을 하신다. 작가 신경숙이 던지는 마지막 부탁. ‘엄마를 부탁해’는 결국 우리 모두의 엄마를 다시 한 번 바라보고, 제발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떤 존재든, 그것이 중요하고 일상적일수록 의외로 인간은 그 존재의 중요성을 쉽게 눈치 채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엄마가 그러하고, 아내가 그러하고, 아비가 그러하다. 공기가 그렇고, 물이 그렇고, 건강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알지 못한다.

 

이 소설에 악한 이들은 거의 없다.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좋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가지는 한계로 인해 저마다 입장이 다르고,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상처 입히고, 또 상처받고 살아간다.

 

작가의 쉽지 않은 부탁, ‘엄마를 부탁해’는 꽤 둔감하고 무심한 삶을 살아왔던 ‘타 지역에 사는 아들, 딸’에게 마치 ‘스며드는 칼날’처럼 부드럽고 날카로운 경고를 제시한다.

 

아무래도 오늘은 어머니께 전화라도 드려야 할까보다.

 

 

마음에 남다>

- 한 인간에 대한 기억은 어디까지일까, 엄마에 대한 기억은?(p.17)

 

- 모녀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p.25)

 

-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엄마의 독백, p.254)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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