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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의 뷰포인트

거지와 마켓팅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08.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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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마켓팅이란 책의 서문에 나온 얘기를 옮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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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마켓팅/패트릭 랑보아제․크리스토프 모린 지음


어느 날 저녁 샌프란시스코의 한 레스토랑에 들어가고 있는데 노숙자 한 명이 나를 불러세웠다. 그 노숙자는 정말이지 너무 빤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집이 없어요. 부디 도와주세요.”


그 노숙자는 세상의 온갖 고통을 다 짊어진 듯한 표정이었고 두 눈에는 슬픔과 공허함이 가득했다. 정말 안된 친구였다. 나는 그다지 동정심이 많은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씩 불쌍한 사람들이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볼 때면 측은한 마음이 들어 1~2달러씩 건네주곤 했다. 하지만 이 날은 이 노숙자에게 1달러를 적선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기로 했다. 이 노숙자의 영업효과를 향상시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흔히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하지 않는가.


이 노숙자가 직면한 문제점은 여느 개인이나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와 다를 바 없었다. 다시 말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약했고 경쟁자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수천 명의 노숙자가 있는데 모두가 한결같이 ‘도와달라’고만 말하고 있다. 나는 이 노숙자에게 2달러를 쥐어주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것은 바로 들고 있던 피켓의 문구를 최소 두 시간 가량 내가 시키는 대로 바꾸라는 것이었다. 내가 레스토랑에서 나올 때까지 그 자리에 있을 경우 5달러를 더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내가 바꿔준 메시지가 효과가 없더라도 시도는 해보도록 하려는 심산이었다. 나는 그 피켓 뒷면에 새 메시지를 써주었다. 그러자 노숙자는 내가 써준 문구를 사용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두 시간이 지나 친구들과 레스토랑 밖으로 나오는 길에 이 노숙자를 다시 만났는데 내가 주겠다고 한 5달러를 극구 사양하는 것이었다. 되레 자신이 나한테 10달러를 주겠다고 고집까지 부리는 것이 아닌가! 이유를 들어보니 내가 저녁을 먹고 있던 두 시간 동안 무려 60달러나 벌었다는 것이었다. 보통은 시간당 평균 2달러에서 10달러 정도를 버는 이 노숙자의 입장에서는 진심으로 고마워할 만도 했다. 이 남자는 나에게 기어코 10달러를 쥐어주었다. 이 남자를 컨설팅해주는 데 걸린 시간이 고작 30초밖에 안 됐던 것을 감안하면 시간당으로 계산해서 960달러는 번 셈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써준 문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바로 이것이다.


“배고파 보신 적이 있나요?”


내가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던 이 메시지의 놀라운 힘은 무엇이었을까? 한마디로 그 힘은 실제 의사결정을 주관하는 중추에 의해 이해된 강렬한 표현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이는 세일즈 및 마케팅 원칙을 완전히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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