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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의 뷰포인트

커리어 컨설턴트 시장에 대한 아쉬움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4.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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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컨설턴트들이 참 많아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커리어 컨설턴트는 드물고 희귀한 직업이었는데,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컨설턴트’만 해도 꽤 많은 숫자가 활동하고 있다.

어쨌든 좋다. 활동하는 이가 많아졌다는 건 기본적으로 시장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일 테니 어느 정도의 경쟁은 흔쾌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만, 요즘 가끔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말들을 듣고 본다. 그건 ‘컨설턴트들의 서로 간 예의’에 관한 것이다.

 

이 시장은 정말 전문가들이 많다. 자칭 타칭 전문가들이 넘치고 쏟아진다. 특히, 젊고 능력 있는 인재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더욱 그러해진 듯하다.

그런데 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자기홍보를 위해 묘하게 타인을 디스하는 경우가 생겼다.

 

“누구는 대기업도 다녀보지 못한 사람이...”, “누구는 석박사도 없는 사람이...”, 혹은 “누구는 직업도 제대로 가져보지 못한 주부출신이....” 등의 말로 같은 업종의 다수를 모자란 이로 만들고 자신을 상대적으로 격상시키려 한다.

 

실제로 커리어 컨설턴트, 직업상담사들 중엔 충분한 직업경험을 가지지 못한 이가 꽤 된다. 그러나 실제 그들을 주변에서 지켜본 나로선 그것이 ‘치명적 결함’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직업경험이 경험이 많고, 배운 것이 많으면 좋겠지만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러한 단순스펙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직업시장은 정말 넓다. 누군가는 1년에 2000만원을 버는 것이 희망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연봉이 1억이 넘어도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다. 희귀한 전문직, 혹은 잘 나가는 경영직, 특수직, 또는 대기업 직원이 시장에서 각광받기도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들은 직업시장의 아주 일부에 속한다.

오히려 대다수의 직업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연봉 3천 만 원 미만의 사람들(최근 발표된 자료에는 연말정산 근로자의 66%가 좀 넘는 이들이 여기에 속한다고 한다)은 물론, 단순업무, 일용직, 아르바이트 등도 명백히 직업시장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사람들이다. 거기에 자영업자들까지 결국은 직업문제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사람들이 선호하고 동경한다는 직업을 가졌거나 경험했다고 해서, 높은 학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혹은 대중적으로 좀 더 알려져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최고의 컨설턴트’는 아니다. 나는 이 시장에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조용한 이들과 이름이 별로 알려지지 않는 일을 하면서도 제 몫을 해내는 많은 분들을 보았다. 어떤 이들은 때로 직업경험이 없는 주부출신이지만 그렇기에 경력단절 여성의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때로 그 때문에 더 열심히 고객에게 성실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이 분야에서 ‘좋은 컨설턴트’란 얼마나 오래했고, 얼마나 경력이 오래 됐느냐의 문제보다는 개인 품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저소득층의 직업문제 해결에는 전문성보다는 컨설턴트의 사람에 대한 애정과 성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만 10년을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커리어 컨설턴트가 직업문제를 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고,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처의 방법이나 어떤 선택에 대한 가능성을 짚어줄 수는 있지만 이 시장의 특성 중의 하나는 ‘대상고객과의 시너지’가 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흔히 자신만을 최고라고 지칭하는 이들은 마치 손만 대면 모든 것이 금으로 변하게 만드는 마이다스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웃기는 일이다.

 

뛰어난 컨설턴트는 고객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 적절한 대안을 모색하는 존재다. 결코 결과를 억지로 도출하려 해서도 안 되고, 정도 이상의 관여를 해서도 안 된다. 컨설턴트가 오만에 쌓여 타인에 대해 이런저런 ‘과도한 지도’를 하려고 들면, 결국은 학생의 성적만을 보고 “너는 이 점수니까 저 학교, 무슨 과로 가라”고 지시하는 무책임한 선생의 행태와 같아진다.

지식산업 종사자의 병폐 중 하나는 그들의 과도한 프라이드가 자칫 오만으로 흐르기 쉽다는 것이다. 그리되면 타인의 이야기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나 역시 수시로 이런 경험을 한다. 주의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길을 안내하는’ 입장이 되다보니 그런 병폐에 나도 모르게 발을 들여놓았다가 뺐다가를 반복하곤 한다.

 

자신감은 좋다. 프라이드도 필요하다. 하지만 한번쯤은 자신에 대해 겸손하게 성찰도 해야 한다. 정말 내가 그런 사람인지, 아니면 홍보를 위해 그렇게 얘기하는 것을 스스로 믿게 된 것인지. 하물며 나를 돋보이기 위해 같은 업종에 있는 이들을 ‘까는’ 것은 정말 스스로의 바닥을 보이게 하는 일이다. 일부 ‘까일만한’ 이들이 있음을 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로 인해 열심히 일하는 이들조차 ‘까이는’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유명한 법언이 있다.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는 한이 있어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말이다. 냉철하기 그지없는 법의 세계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공감으로 사람을 대해야 할 이 영역에서 그런 짓을 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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