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출근길은 황량합니다. 특히나 겨울 새벽의 출근 무렵은 6시 전이면 사람조차 드문드문 합니다. 아무리 나름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이런 아침의 긴 출근길, 특히나 거의 두 시간이 가까운 출근길은 그다지 유쾌한 것이 아닙니다.
온몸을 전사처럼 두껍게 치장하고, 눈만 빼꼼히 보일 정도로 목도리로 칭칭 감아도 마음 한 켠 부터 시려지는 서늘함은 견디기에 만만치 않습니다.
그 와중에도 발아래 밟히는 눈의 느낌은 부드럽습니다. 이 겨울의 혹한 속에서도 무언가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듯합니다. 아스팔트 옆의 가로수가 놓인 길들에도 눈이 수북하지만 그 속에선 또 뭔가가 다가올 봄을 준비할 것입니다.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이 겨울의 혹독함이 있어야 봄이 찬란히 다가올 것이라구요. 그렇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들이 제게도 극심한 겨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들과 욕구들이 정렬하며, 다양한 것들을 꿈꾸는 시기지만 정작 제 자신은 여러 가지 상황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몸조차 따라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또한 이 시기도 곧 지나가리라 믿습니다. 몸의 어려움을 알았으니 조금 더 신경을 쓰고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소홀히 한 것이 있으니 ‘제대로’ 챙겨줘야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복잡한 생각들도 조금씩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빠른 사람이 아닙니다. 어떤 길을 갈 때 직선으로 가려고 노력하지만 정작 제가 걸어 온 길은 끝없는 ‘갈 지(之)’자 걸음이더군요. 어쩌면 생각한 길에서 벗어나는 시간들이 제겐 겨울이 봄을 위해 준비하는 회임의 시간과 같은 것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좀 더 깊이 이 시간 속으로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인간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통해 성장한다고 합니다. 이 시간이 지금 딱히 말할 수는 없어도 분명히 나를 키워 주리라는 마음은 있습니다. 늘상 도약의 전이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마음의 겨울이 옵니다. 자연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지만 겨울의 궁핍함이 없으면 봄의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선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마치 죽음을 통해 새 삶을 준비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장렬하게 지금의 시간 속으로 모든 것을 다해 들어가 보려 합니다. 곧 다가올 봄처럼 제게도 그런 시간이 올 것을 믿으면서요.
그렇게 위안을 하며 걷다보면, 그럭저럭 몸 어디선가는 다시 온기가 올라옵니다.
이게 삶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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