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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컨설팅

창업 실패 케이스(알지 못하는 것은 위험하다)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09.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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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을 하다보면 여러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서도 창업과 관련하여 웃지 못 할 에피소드들이 발생하곤 하는데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J씨는 나이가 40대를 넘어가면서는 주로 청소 쪽 일을 주로 해오셨다. 그다지 특별한 노하우가 없으셨고, 속칭 ‘가방끈’도 짧았지만 꽤 규모 있는 조직에서 파견직이지만 청소관리를 해오셨다.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나름대로 그 성실성을 인정받았던지라 50대 초반이긴 했지만 어느 곳이든 다시 기회를 잡아 재취업이 가능하리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 요지였는데 전화를 통해 몇 번이나 반복적으로 설명을 들었으나 도대체 어떤 형태의 사업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국 사무실에서 만나 상황을 확인해 보니, 일반 식당을 상대로 영업을 해서 손님들을 위한 영화할인권을 싸게 파는 것이었는데, 그 할인권은 모 업체를 통해 식당에 대한 판매가보다 싼 값에 구입하는 대신 일시불 천만 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일단, 아무리 봐도 이런 사업의 핵심은 영업이란 판단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아는 J씨는 당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분들 중에 가장 비영업적인 성향과 기질을 가진 분이셨다. 적어도 그 분의 장점은 단순한 일이라도 꾸준히 성실하게 반복하며 지속하는 힘이었지 탁월한 언변과 감각으로 행해야 하는 영업이 아니었다.

“영업은 어떻게 하실려구요?” 라고 여쭤보니 머뭇거리시며 말을 못하다 한 말씀 하신다.

“전단지 돌릴 겁니다.”

“전단지 반응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 혹시 아십니까? 그리고 식당에서 갑자기 손님 1인에 대해 그 정도 비용이 추가로 들 때 어느 정도 순이익에 차질이 생기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역시나 이번에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나는 이전 가게를 운영하면서 직접 전단을 돌려 본 적이 있다. 회신율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 훨씬 나쁘다. 그리고 더 나쁜 건 꽤 꾸준히 적어도 6개월 이상은 돌려야 조금씩 반응이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도 상품이 상대적으로 팔만 할 때의 얘기다.

식당 역시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나로선 1인당 5000원 정도의 단가에서 500, 거의 10%의 원가가 더 들어야 하는 티켓구매가 얼마나 식당 주인 입장에서 부담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에 대해선 생각조차 별로 해보시지 않은 듯 했다. 그저 말씀하시는 거라곤 설명회를 갔더니 해 볼 만 할 것 같았다는 것이었다.

혹시나 해서 여쭤봤더니 역시나 돈은 이미 지불이 끝난 상황이셨다. 넉넉지 못한 살림임을 잘 알고 있는데 갑자기 천만 원어치의 우환덩어리가 생긴 것이다.

나는 그래도 열심히 해보면 혹시 잘 될 수도 있으니 한번 잘해 보십사하는 말씀밖엔 드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다시 그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에 새로운 사업거리를 보았는데 아무래도 ‘돈이 될 것 같은’ 일이라며 기대감을 여과없이 드러내셨다. 그런데, 이게 또 전화로 얘기해 보니 이해가 잘 안 되는 사업모델이다.

이 일을 하며 배운 것 중 하나는 사업모델이 단순하게 한번에 설명이 잘 안 되는 것이면 일단 위험하다는 것이다.

요즘같이 빠른 시대에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는 사업모델을 귀기울여가며 열심히 들어 줄 고객은 별로 없다. 결국 또 사무실에서 뵙기로 했다. 먼저 확인을 해봤는데 역시 이번에도 선불 천만 원을 내는 조건이란다. 다행이도 전날의 경험 때문인지 계약은 하지 않고, 일단 먼저 상의를 하러 오신 것이었다.

이번의 모델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입점 영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돈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권을 사서 그 지역 내의 사업체를 정해진 인터넷 포털에 입점시키면 그 사업체가 해당 포털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일정부분을 커미션으로 받는다는 것이었다.

또 다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1년 정도 수입 없이 버티실 수 있습니까?” 왠 뜬금없는 말이냐는 듯이 쳐다보셨다.

“이런 경우 수익이 빨리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계산으로 이게 수익이 될 거라고 생각하셨는지 좀 들려주시겠습니까?”

고객의 생각을 들은 나는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일단 인천시의 인구가 260만 명이 훨씬 넘는다. 그 중에서 자신은 인구 35만 이상의 인천의 꽤 큰 한 구(區)를 맡기로 했으니 10% 정도만 이 사이트를 이용해도 돈이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다음 몇 가지 반론을 들어 새로운 창업을 말렸다.

첫 번째로 J씨는 인터넷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사실 컴맹에 가까운 수준이셨다. 알지 못하는 영역을 두드려 창업에 성공한 케이스는 정말 드문 것이었다.

두 번째로 대한민국의 90% 정도의 인구는 특정 2~3개 포털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을 시작하는데 말씀하신 업체는 유감스럽게도 비교적 인터넷을 많이 쓰는 나로서도 처음 듣는 신생 사이트였다.

세 번째로 그나마도 그 통계상의 인구 중 컴퓨터로 인터넷을 드나들고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은 50%도 안될 것이었고, 더구나 문제는 입점 시킬 업체의 설득은 아예 구상 자체에서 빠져 있었다.

거기에 전날 벌여 놓은 티켓 건도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이 수입도 요원한 일을 벌이신다고 또 다시 돈을 쓰면 집에서도 이해가 잘되지 않을뿐더러 가정경제상 대단히 위험할 수 있음을 말씀드렸다.

원래 나는 창업을 그다지 나쁘게 보지 않는다. 정말 어렵고 위험한 것이지만 사실 궁극적으로 개인을 아주 많은 나이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창업이나 전문가로의 삶 뿐 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쌍수를 들어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그럴 만큼 J씨의 창업 준비는 준비되지 않은 것이었다.

또 다른 케이스로 기억에 남는 것은 L씨 경우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꽤 다채로운 경험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등록 후 몇 번이나 상담을 하고자 하였으나 실업의 와중에서도 다양한 준비를 하시는지 ‘준비하고 있는 것’이 좀 진행이 되면 만나자고 하였었다.

짧은 통화였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경우가 많았고, 일단 스스로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찌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몇 달 만에 걸려온 전화의 내용은 뜻밖이었다. 그건 자신이 모 지역 백화점의 푸드코드 입점 프랜차이즈 점포를 위탁 경영하기로 하여 들어갔는데 본사의 말만 믿고 계약을 했는데 실제 운영을 해보니 매출이 엉망일뿐더러 죽어가는 점포라 손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입점 전에 가게 매출 체크와 유동 인구, 가게 내방 인구 체크를 하지 않았는지 여쭤보았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던지 아니면 안되려고 뭐가 씌였던건지 기본 중의 기본이라 할 매출 체크조차 없이 본사의 말만 액면 그대로 믿고 가게를 인수했다는 것이었다.

결국 운영을 해보니 실제 매출은 본사가 장담한 수준의 절반 이하, 아니 거의 3분의 1 수준이었고, 몇 달째 계속 누적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했다.

더 나쁜 것은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어 가게를 빼고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일단 본사 쪽으로 알아보시라고 말씀을 드렸으나 역시 예상대로 본사는 ‘나 몰라라’하는 분위기였고 그 분은 거의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까지 가셨다.

그 이후 본사와의 실강이를 계속 하고 있다고 하였으나 그 결론이 어찌 났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

컨설턴트들이 제일 어려운 것은 사실 이미 일을 벌이고 난 다음에 문의하는 것이다. 컨설턴트가 모든 분야를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직업에 관한 한은 일반인들보다 더 전문가라고 보아야 한다. 설사 백번 양보해 컨설턴트가 모자란다 해도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 모자란 사람에게도 새겨들을 말이 있는 것이다.

창업과 관련된 승부는 사실 이미 진입 전에 결정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몇 번의 창업을 거쳐봤고, 한 때 프랜차이즈 관련 일을 하며 가게의 주인들을 많이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느꼈던 것은 그 가게에 한두번만 가보면 그 가게가 성공할지 망할지는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니 창업과정만 지켜봐도 70~80% 이상은 감이 잡힌다. 그것은 내가 뛰어나서도 아니고 누구나 그 과정을 면밀히 살피기만 해도 감을 잡을 수 있을만큼 상식적인 수준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 기억해 둬야 할 것이 있다. 이미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복잡한 사업구조에 덤벼들지 말라’는 것이다. 한두번만에 상대를 설득시킬 수 없다면 딱 두 가지 경우밖에 없다.

‘설명자 그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거나’, ‘사업자체가 일반적인 관심을 받기 힘들만큼 동떨어진’ 경우뿐이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선 체험(先 體驗)’이다. 명확히 모르겠거나 가능성에 대한 감을 잡기 힘들 때는 어떤 식으로든지 그와 관련된 체험을 직접 하는 것이 좋다.

어떤 일이든 3~6개월 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면 쉽게 해답을 낼 수 있게 된다.

그 시간이 길다고 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창업의 실패를 통해 지나야 할 어두운 터널은 훨씬 긴 시간을 요구한다. 그걸 생각한다면 3~6개월은 그리 큰 시간낭비가 아니다. 아니 나는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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