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거기에 부족한 능력에 비해 완벽주의에의 욕구가 강하다.
4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나이에도 이런저런 욕심은 끊이지 않아서 자꾸 해야 할 일상이 늘어난다.
언젠가부터 ‘해야 할 일상’들이 늘어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은 내가 만든 것이고, 실은 나의 내밀한 즐거움을 실천해 가는 과정인데 어느 샌가 그것들이 내게 큰 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욕심이 커질수록 점점 더 중압감과 부담은 늘어가고, 내 발걸음은 무뎌지곤 했다. 심지어 내 더딘 걸음에 화가 나고 짜증도 치밀어 아예 다 포기하고 때로 돌아서기도 했다. 나를 아는 한 지인이 어느 날 내게 조언을 했다. ‘그 많은 짐 좀 내려 놓으라’고...
재미있는 건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이런 증상이 나만의 것은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꽤 많은 이들이 이런 반복을 일상 속에 담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속성일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갈망하고, 촉급해 한다. 늘 자신과 주위를 비교하며 욕심껏 이상을 그려내고 그것에 모자라는 현실에 절망한다. 어떤 이는 세상을 원망하고, 그나마 좀 착하다는 이는 자신을 자책한다.
언제부턴가 나나 주변의 사람들의 이런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도대체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진 이후의 증상일 것이다. 누구도 내게 강요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형국이 아닌가 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짐을 많이 지고 가면 발걸음이 느려지고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여행을 떠날 때 보면, 거의 여행이 끝나도록 제대로 쓸 일이 없는 것들을 잔뜩 짊어지고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래 짐이 많으면 쓸데없는 것들이 끼어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저 ‘언제라도 쓸 수 있다’는 작은 마음의 위안이 터무니없이 고생스러울 뿐인 짐의 무게로 돌아온다. 우리 삶도 이와 같다. 엄청난 짐을 지고 가는 사람의 마음이 잠시는 몰라도 얼마나 기껍고 오래 갈 수 있을까? 하물며 이뤄내기도 힘든 욕심만 가득한 짐들이라면 그나마 꼭 가지고 가야 할 다른 짐조차 목적지에 운반하기 어렵게 만든다.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내가 여기서 출발해 다음 목적지까지 모든 짐을 다 들고 뛸 필요가 없다. ‘하나씩 하나씩’이라는 말은 힘이 있다. 우직할 정도로 꾸준한 힘은 예나 지금이나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너무 한꺼번에 많은 것을 이루려고 하는 것은 대체로 어떤 것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 힘든 법이다.
목표에 이르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사람도 짐이 많아서는 현실적으로 과정에 대한 즐거움을 누리기 힘들다. 결국 욕심을 줄이고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놓는 것은 내 삶의 불행을 줄이는 가장 쉬운 길 중의 하나다.
그 다음은 노래하면서 가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고 노래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궁금해 하면서 가야한다. 어렵게 짐을 가볍게 한들 저 먼 정상만 바라보고 가면 그냥 지치고 만다.
길가의 꽃도 보고, 계곡의 맑은 물에 발도 담가보고, 지나가는 이와 말도 나눠야 한다. 어렵게 정상에 죽어라고 오른 사람이 지나왔던 아름다운 길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은 의외로 많다.
그저 ‘산을 올랐다’는 정복감만 있을 뿐이다.
즐거이 가자. 가볍게 가자. 다 지고 갈 수 없다면 내려놓고 가자. 이번엔 이 짐을 가지고 가고, 다음 산에는 다른 짐을 가지고 가면 된다. 가볍게 가며 산과 길을 구경하자. 5시간이 넘는 산행에 정상에서의 10분만 기억나는 삶이란 좀 슬프지 않은가 말이다.
오늘 하루쯤은 다 벗어던지고 좋아하는 맥주 한 잔에 영화나 보면서 딩굴거리며 지내보자. 그래도 세상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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