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職業)’이 도대체 우리 삶에 어떤 의미일까? 조금 뜬금없는 질문을 내가 처음 던져본 것은 내 나이 30세로 접어들던 무렵이었다. 중,고등학교 때나 했어야 바람직할 질문을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그것도 멀쩡한 첫 직장을 조금은 충동적으로 그만두고서야 마음에 품게 된 것이었다.
그 전까지는 거의 한 번도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저 막연하게 돈을 벌어야 하니까 일을 했고, 이왕 하는 일, 남들에게 폼 나게 보이고 싶어서 좀 더 큰 기업을 찾았던 기억뿐이다.
세월이 많이 변했다. 내가 졸업할 때와는 천양지차로 달라진 신세대들을 본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직업이 우리 삶에 무슨 의미일까?’ 같은 너무 진지한, 혹은 어쩌면 조금 웃기기까지 한 질문들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별 인기가 없나보다.
난 아직도 이 질문에 시원하게 대답하는 이들을 잘 보지 못한다. 젊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40대를 넘어서고, 50대를 지나도 여전히 이 질문은 삶의 사각지대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하루 24시간을 잠깐 들여다보자.
대개 일과 관련해 소비되어 지는 시간은 출퇴근을 포함하면 10시간 전후 정도가 사용된다. 때로 일을 좀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식사, 취침 시간들을 모두 합쳐야 겨우 일과 관련된 시간과 비슷한 정도의 시간을 맞출 수 있다.
이걸 다시 한 사람의 평생을 기준으로 나눠 보면, 인생을 80으로 볼 때 무려 21년이란 시간을 일과 함께 하는 결과가 나온다. 무려 21년씩이나!!(잠자는 시간, 먹는 시간을 빼고 순수하게 일만 하는 시간이다)
이조차도 하루 8시간이라는 아주 표준적인 시간이 기준이니, 실제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은 인생의 3분의 1쯤, 그리고 휴일이 별로 없는 자영업자 같은 경우 평생 일을 한다는 기준이라면 좀 심하게는 삶의 절반쯤은 일을 하며 살게 된다.
이렇게 ‘일, 혹은 직업’이라 불리는 것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결혼이 인생의 큰 도박이라 하지만, 나는 직업을 고르는 것 역시 상당한 도박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비유가 좀 과한 면이 있지만, 자신의 직업을 배우자를 고르듯 그토록 신중하게 고르고 있는 사람이 과연 우리 주위엔 얼마나 될까?
실제 자신의 일을 선택한 이유들을 들어보면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사유 -예를 들어, 졸업 무렵에 그냥 그 직장이 사람을 구해서라던가, 단지 급여를 더 높게 준다거나, 혹은 좀 더 유명한 회사라서 등-로 사람들은 직업을 결정하기도 한다.
하긴 미리 밝혔듯이 예전의 나 역시도 그랬다. 아니 난 30대의 대부분을 직업적 방황 속에 보냈으니 자신의 일을 찾지 못했다고 누군가를 탓할 만한 처지는 절대 아니다.
다만, 그러했기에 그 폐단이 얼마나 큰 것인지 뼈에 새기고 있다. 누구도 직업의 중요성에 대해, 그것이 바꾸어 놓을 내 운명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았고, 무엇보다 난 그만한 숙고를 미리 할 만큼 지적으로 뛰어난 젊은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배우지 않았다고, 내가 영리하지 못해 생각을 미리 못했다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오늘날의 고용 현실이 지나치게 사람들의 삶을 압박하고 있다.
전직 임원이 먹고 살기 위해 새벽시장에서 배달 일을 하는 경우를 본다.
50대의 중간관리자가 회사에서의 해고를 거부하다가 현장직으로 밀려나 현장의 전봇대에 올라가 통신망 설치 업무를 한다는 이야기도 신문을 통해 들린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런 것들이 그들이 꿈꿔 온 삶은 아닐 것이란 사실이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기에 한 번도 꿈꾼 적이 없던 삶을 우리는 살게 되는 것일까? 그 속에서 직업은 도대체 어떤 의미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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