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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컨설팅

성공과 적성의 함수관계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09.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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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0대 후반의 여행사를 운영하던 남성, H씨가 나를 찾아 와 문의한 순간, 나는 잠시 내가 잊고 있었던 한 부분을 발견했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라는 말만 했지, 과연 그것이 성공과의 직결되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었다.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발견하기도 힘든 적성을 찾는 이유의 이면에는 ‘내게 맞는 것을 찾아 성공하고 싶다’라는 기대가 숨어 있을 터였다.

우리는 우선 H씨가 적성에 맞는 일에 종사했었는지의 여부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몇 가지 직업관련 검사의 결과를 놓고 추론해 보니 여행업을 했던 그의 선택은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였다. 적성을 찾는 것도 일종의 확률게임과 같은 것이라 ‘그럴 개연성이 높다’라는 결론만 나오지 ‘백 프로 이것이다’라는 따위의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다.

하지만 여러모로 보아 그의 적성은 여행업과 어울리는 것으로 보였다.

비단 검사의 결과뿐 만이 아니라 이후 이어진 상담을 통해서 나는 그러한 결론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분의 말과 행동 면면에선 여행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왔다.

나는 그분에게 다시 한 번 자신의 일에 도전해 보시기를 권했다. 굳이 생활이 어렵다면 다른 여행사에 직원으로 들어가더라도 그 방면을 완전히 떠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나 H씨의 생각은 확고했다. 일단 실패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그는 자신의 일을 떠나고 싶어 했다. 거기에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란 것도 한 몫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컨설턴트에게는 개입의 한계라는 것이 있다. 어떤 결정도 직접적인 개입은 하기 힘들다.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인생에 관한 고객의 몫이다.

H씨는 자신의 일과 하등 관련이 없는 지자체 시설의 경비직을 택했다.

그때,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그 일’에 대한 미련이 선생님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릅니다.’

1년이 지난 후 그를 만날 일이 있었다.

여행사에 관해 잠깐 문의할 일이 있어서였는데 그는 여전히 경비 일을 하고 있었다. 함께 조금은 가볍게 맥주를 한 잔 하며 얘기를 나누던 중, 나는 여행에 관한 일을 얘기할 때 빛이 나는 듯한 그의 눈을 볼 수 있었다.

‘언젠가는 돌아갈 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스스로 했다. 아마도 떠나있던 시간이 그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

10년간 지속적으로 한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늘 같은 색 안경을 끼고 보는 매너리즘에 빠져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도 '신선한 아이디어가 부족했노라'며 얘기했지만 ‘지쳐 있을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잠시 그 일에서 떠나 있어야 한다.’는 말처럼 그에겐 떠나 있는 시간이 필요했었던 것일 수도 있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적어도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애정과 여행업에 대한 애정의 차이는 극명했다.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사랑하는 일을 포기할 수도, 포기해서도 안된다.

그렇다면 그분은 왜 성공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렇게 자신의 일에 애정이 있는데도 말이다. 도대체 성공과 적성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나는 일단 적성은 성공에의 필요조건이라고 본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적성이 맞는 일이라야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혹자는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했고, 초인적 노력으로 이것을 극복한 사람을 보았다.’라는 식의 반론을 제기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논지는 두 가지 허점이 있다. 첫 번째는 성공의 정의가 돈만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그러한 ‘초인적 노력, 즉 참아내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 역시 그가 가진 적성의 하나라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많은 재취업 컨설턴트들이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라고 그토록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적성에 맞는다는 것의 의미를 앞에서도 밝혔거니와 적성에 맞는 일을 이해도, 성취도, 지속성의 우수성 외에도 어려운 상황이 왔을 때도 적성에 맞는 일을 훨씬 잘 버텨내 속된 말로 ‘완전히 망하지 않을’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성공한다’ 라고 표현하는 의미는 조금 다른 것이다.

여기에서 ‘성공’은 아마도 세속적 기준으로 ‘돈을 많이 벌다’ 혹은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다’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 지는 데, 이 경우는 쉽게 측정키 어려운 다른 가변요인의 성공적 결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사회적 의미로 누군가 ‘성공’ 한다는 것은 대체로 ‘운(運)’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물론 이 ‘운의 요소’는 그냥 오지 않는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과 성공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지속적인 노력, 그리고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알아 볼 수 있는 통찰력과 그에 합당한 역량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것을 단순히 적성에 맞는 일을 한다는 것과 동일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연기에 재능이 있고 적성에 맞는다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그러한 청소년들 중 그들이 꿈꾸는 연예인으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너무나 적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적성에 맞는다는 말은 단지 성공에의 기본적 요건을 채워주고 확률을 높여 줄 따름인 것이다.

요즘 행해지는 자기계발 강의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오해를 일으킬 여지가 많다. 적성 부합과 성공은 ‘=’가 아니다. 그렇게 단순한 문제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여기서의 성공이 ‘사회적, 경제적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적성에 맞는 이들 사이에서도 어차피 성공한 소수와 평범한 다수로 나눠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맞는 일을 하는 것 자체로, 그리고 그것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 자체로, 그 속에서 내가 만족감을 다른 것보다 더 얻을 수 있는 것 자체로 ‘성공’이라 칭할 수 있다면 그건 적성과 성공이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게 뭐냐며 섭섭해 하실 지도 모르겠다. 그럼 반대로 말하면 그 의미가 더 강하게 다가올까?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이는 성공할 가능성이 훨씬 낮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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