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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시니어 컨설팅

지혜롭게 나이들어 간다는 것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6.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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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50대를 대상으로 한 생애설계나 퇴직자 교육을 자주 하는 편이다.

 

현장에서 다수의 사람들을 만나다보면50대를 넘어 퇴직한 이들이라고 해도 역량을 기대할 만한 이도 분명히 많다. 그런데 막상 이런 분들조차 바깥에 나오면 춥다라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결론인 것 같다.

 

그 추위의 이면엔 뭐가 있을까? 나는 습관처럼 몸에 배인 조직성향이란 생각을 하곤 한다.

직장인으로서 가졌던 습성은 하루아침에 사라지기 힘들다.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한 경우라면 통상 20년 전후일 것이다. 그 동안 그들은 탄탄한 조직 속에서 상관의 지시를 받고, 회사의 이익을 쫓으며 커리어를 쌓게 되는데, 특히 위로 올라갈수록 오너와의 관계가 중요해져 그들의 의도 살피기에도 능해질 수밖에 없다.

 

늘 누군가가 지시를 해주거나 방향을 잡아 주는데 익숙한 사람들, 혹은 늘 잘 짜인 시스템에서 전략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오고 실무에 능해도 결과적으로는 유능한 참모의 역할로, 다시 말해 조직 소속형 인간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밟게 된다.

 

사람이 20여년을 한 결 같이 해오던 습성을 퇴직을 했다고 한 번에 버릴 순 없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은 오랜 기간 자신의 삶의 매뉴얼에 없던 것이다. 항상 지시를 받고, 아랫사람에게 다시 지시를 내리는 데 익숙해 있는 그들로선 모든 것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현실에서 맨 몸으로 부딪혀 가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퇴직 후 환경이 낯설고 힘들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것이 그들에게 좌절을 불러오고 종래에 '나도 이제 늙었는가?'란 자괴감에 빠지게도 만든다.

모든 직장은 그만의 룰이 있다. 그 룰을 평생 익히며 활용해 왔는데 이제 습관이 된 룰을 버리라는 건 쉽지 않다. 과거의 영광이 화려할수록 그 족쇄는 더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지혜롭게 나이가 든다는 것은 결국, 기억해야 할 과거와 버려야 할 과거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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