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설계 교육에 관한 단상(斷想)
올해 부쩍 많이 진행한 것이 퇴직자 예비교육과 생애설계입니다.
사실 두 가지는 일정부분 중복되는 것인지라 구분이 애매할 때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퇴직자 예비교육은 생애설계 전반을 다루기도 하고, 때로 상황에 따라 취업 중심의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 정도만을 다루고 넘어가기도 합니다. 어쨌든 사회가 좀 더 이런 부분에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됐다는 반증이나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생애설계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교육이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물론 이 시장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어떤 곳은 5대 영역, 6대 영역, 혹은 12대 영역 등 프로그램에 따라 다양하게 나눠지고 설사 같은 내용이라도 진행하는 사람에 따라 내용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생애설계의 장점은 선명합니다. 의욕이 있는 사람에겐 누군가의 인생 전반(특히나 새로운 전환기를 앞둔 사람이라면 더욱 필요하겠지요)을 한번쯤 전체적으로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니 분명히 의미 있는 과정이 됩니다. 실제로 툴툴거리며 참여하셨던 분들도 끝나면 대개 반응이 좋은 편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생애설계 프로그램에는 문제점도 존재합니다.
첫 번째는 프로그램의 문제입니다. 아니 어쩌면 이건 틀린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시장은 특별한 프로그램을 원합니다만, 프로그램만큼이나 운영진은 중요합니다. 나쁜 프로그램은 좋은 운영자조차 나쁜 틀 속에 가두는 법이고, 나쁜 운영자는 좋은 프로그램도 한 방에 망가뜨립니다. 그러니 프로그램과 운영진의 역량은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자꾸 독특한 프로그램만 얘기합니다. 그래서 색다른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색다른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인가는 의문입니다. 잘못 구성하면 수박 겉핥기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참여자들의 문제입니다. 생애설계란 결국 ‘당신은 이제 변화에 직면한 즈음이니 위기의식을 갖고 스스로를 살핀 다음, 잘한 부분은 더 개발하고 부족한 부분은 유의해 보완책을 마련해보자’는 얘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참여자들이 지금 비교적 사회적으로 부러움의 대상인 경우가 많을 정도로 잘 사는 경우가 많아(생애설계는 대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규모 있는 회사의 직원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막상 미래의 ‘위기감’을 자각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입니다.
원래 변화의 가장 큰 적은 ‘만족스런 오늘’입니다. 경제적으로 상위 수준에 있는 참여자에게 ‘위기’에 대한 준비는 교육현장에서는 그럴 듯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다지 절실하게 파고드는’ 이야기는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선택을 해서 참여한 교육이라 해도 집중력이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결국 이들을 교육에 온전히 몰입시킬 수 있느냐가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다시 프로그램과 운영진의 역량 문제가 함께 꼬리를 물고 불거집니다.
문제는 비교적 선명한데 해결책은 아직 모호합니다. 지난 몇 년간 이런 문제의 해결을 위해 회사들이 고민하는 것도 봤고, 다양한 시도도 있었습니다.
주로 세분화된 복합 프로그램, 참여자 몰입 유도 등이 경향의 대세로 가는 것 같지만, 여전히 비용의 문제, 개개인들의 지나칠 정도로 다양한 욕구와 성향 등이 겹쳐 ‘이게 정답입니다’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생애설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으로서의 기대는 한 가지 있습니다. ‘타인은 답을 내지 못해도 당사자는 비슷한 답을 구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제반 상황을 인지하게 되면, 스스로의 해답을 찾는 능력이 강화되리라는 믿음입니다. 아마도 교육에 관한 한 여기까지가 타인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한계가 아닐까 합니다.
애초에 모든 교육은 ‘물 마시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혜안을 다시 한 번 음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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