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일회(一期一會)/ 법정 著
책을 말하다>
불교는 약간 멀게 느껴졌었다. 그런데 대중적으로 이 먼 느낌의 종교와 끈을 이어준 것이 법정, 법륜, 성철 같은 유명한 스님들이셨다.
법정 스님의 책을 몇 번이나 손에 잡았다가 놓곤 했다. 그 유명한 ‘무소유’조차 쉽게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이런 쪽으로는 ‘좀 딸리는’ 사람인가 보다 했는데, 이번에 읽게 된 ‘일기일회(一期一會)’는 처음으로 그런 감정을 넘어 나름대로 깊이 생각을 해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어쩌면 불교는 한국인들이 가장 접근하기 좋은 종교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 책으로 모든 파트가 법정스님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법문을 담아 모은 것이다.
삶의 의미, 참 종교의 의미, 그리고 무엇보다 현재 이 순간의 의미를 한번 되새겨 볼 수 있게 한다.
(석굴암 연등)
마음에 남다>
- "우리는 어디에 의지해서 살아야 합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부처님이 ”나만 믿고 살라” 같은 소리는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자기 자신을 의지하고 진리에 의지하라.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진리를 등불로 삼으라.” 그 밖의 것은 다 허상입니다. 여기에 불교의 참 면목이 있습니다.(p.23~24)
- 모든 것이 일기일회입니다.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입니다.(p.49)
-자비경>중에서
사에 통달한 사람이 평화로운 경지에 이르러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유능하고 정직하고 말씨는 상냥하고 부드러우며 잘난 체 하지 말아야 한다.
만족할 줄 알고 많은 것을 구하지 않고 잡일을 줄이고 생활을 간소하게 한다.
또 모든 감각이 안정되고 지혜로워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며
남의 집에 가서도 욕심을 내지 않는다.(일부 발췌, p.70)
- 달마스님의 법문 <관심론>에도 나오지 않습니까?
“마음, 마음이여, 알 수가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구나.”(p.86)
- 여백의 미는 우리들 삶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가득가득 채우려고만 하면 욕망이 작용해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추해집니다. 그러나 덜 채우면 그 빈자리에 생기가 돌아서 시들지 않는 품격이 감돕니다.(p.94)
- 기도하고 수행하는 도량을 어떤 특정한 장소로 한정짓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처한 삶의 현장이 곧 도량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가정이나 일터가 진정한 수행의 도량이 되어야 한다.
어수선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 혼돈스러운 세상에서
도량이 없으면 세상의 물결에 휩쓸려 버린다.
분별과 집착을 떠나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는 깨달음을 얻는 곳이 곧 도량이다.(p.110)
- 생사윤회의 근본은 탐욕에 있습니다. 탐욕이란 무엇입니까? 분수에 넘치는 욕망입니다.(p.113)
-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날 때부터 귀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그 사람의 행위에 의해서 천한 사람도 되고, 귀한 사람도 되는 것이다.”(부처님 말씀, p.158)
- <법구경> 첫 머리에 이와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말을 하거나 행동하면 괴로움이 그를 따른다.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이.
맑고 순수한 마음으로 말하거나 행동하면 즐거움이 그를 따른다. 마치 그림자가 그 실체를 따르듯이.”(p.163)
- 우리가 살 만큼 살다가 세상과 작별하게 될 때 무엇이 남습니까? 홀로 있는 자기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가지고 가는가? 평소에 지은 업을 가지고 갑니다. 좋은 업이든 나쁜 업이든 평소에 지은 업만 그림자처럼 따라갑니다.(p.173)
- 행(行)은 어디에 있는가? 순간순간에 있습니다. 내가 원(願)을 세웠다면 매 순간 그 원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행입니다. 수행은 닦는 행입니다. 그렇게 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어떤 관념적인 데 걸려 있으면 세월이 금방 다 지나갑니다.(p.186)
- "날마다 좋은 날이다 日日是好日.”(당나라 운문선사의 말)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날마다 좋은 날이란 귀합니다. 또 좋은 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들 스스로가 그 좋은 날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혹시 불행한 일이 있더라도, 그 나름의 까닭이 다 있을 것입니다. 세상사는 모두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집니다. 그 의미를 알게 되면 한 생각을 돌이킬 수 있습니다. 불행한 날이 불행하지 않은 날로 바뀔 수가 있습니다.(p.213~214)
- “과거를 따르지 말고 미래를 기대하지 말라. 한번 지나가 버린 것은 이미 버려진 것, 또한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오늘 할 일을 부지런히 행하라. 누가 내일의 죽음을 알 수 있으랴. 지나가 버린 것을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은 것을 동경하지 않으며 현재를 충실히 살고 있을 때 그의 안색은 생기에 빛난다. 분수 바깥 것을 탐내어 구하고 지나간 과거사를 슬퍼할 때 어리석은 사람은 그 때문에 꺾인 갈대처럼 시든다.”(‘일야현자경’에서 부처님 말씀, p.217)
-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을 위한 마음에서 오고,
세상의 모든 불행은 이기심에서 온다.
어리석은 사람은 여전히 자기 이익에만 매달리고,
지혜로운 사람은 남의 이익에 헌신한다.
그대 스스로 그 차이를 보라.(인도의 산티데바(적천스님)의 말, p.218~219)
- 깨닫고 나서 행하는 것이 아니라, 행의 결과가 깨달음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p.220)
- 하루의 삶 자체가 복을 짓는 일이라면, 그것은 잘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루하루를 사는 일이 복을 감하고 복을 덜어내는 일이라면, 그것은 잘못 사는 삶입니다. 하루를 살면서 그런 결산을 하십시오. 9시 뉴스를 보기 전에 내가 하루 동안 복을 짓고 살았는지, 복을 덜고 살았는지 스스로 자기 삶을 점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란 인사는 바꿔 말하면 ”복 많이 지으십시오”라는 표현과 같습니다.(p.243)
- 신앙생활 하는 사람은 눈을 밖으로 팔지 말라고 했습니다. 자기 발 뿌리를 늘 살펴야 합니다. 남이 못했든 잘했든 따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올바른 삶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과연 이 대지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맑고 향기롭게 살고 있는가, 그것을 점검해야 합니다.(p.263)
-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한 것은 그 행복을 목표라고 믿기 때문입니다.”(중략)
“진정한 행복은 먼 훗날에 이룰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것입니다.”(꾸뻬 씨의 행복 여행 중에서 재인용)(p.266, 269)
- 종교는 별다른 것이 아닙니다. 매 순간 친절과 자비를 실천하는 일입니다. 절에 다니고, 교회에 다니는 것 자체는 대단할 것이 없습니다. 그곳에서 배워오는 가르침들을 일상의 삶 속에서 행할 때, 그것이 바로 살아 있는 종교를 믿고 행하는 일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진짜 부처가 되고, 보살이 되고, 신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런 행이 없고 종교적인 이론만 머리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회색의 이론일 뿐입니다. 거기에는 생명력이 없기 때문에 어떤 가치도 없습니다.(p.281~282)
- “내 이웃의 잘못을 보았을 때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 그대로 덮어두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우리가 이웃의 잘못을 덮어주면 그럴 때마다 하느님께서도 우리의 잘못을 덮어주신다네. 그리고 우리 이웃의 잘못을 폭로할 때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잘못을 폭로하시지.”(사막교부들의 금언집에서 어느 원로의 말 재인용, p.288)
-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 있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이런 기적 같은 삶을 헛되이 보낸다면 후회하는 때가 반드시 옵니다. 죽음을 어둡고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삶의 한 모습입니다. 삶의 한 과정입니다.(중략)
삶의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살아갈 이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살아남습니다(p.306)
-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것은 현재를 최대한으로 사는 일입니다.(p.320)
- 불교는 부처님을 믿는 종교가 아닙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자기 자신이 부처가 되는 길입니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입니다. 자기실현의 길이고, 형성의 길입니다. 부처는 단지 먼저 이루어진 인격일 뿐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스스로 온전한 인간에 이르는 길입니다.(p.321)
- 시간에 쫓기는 사람은 한 마디로 죽으러 가는 사람입니다. 출퇴근 시간 바쁠 때 보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가 앞서려고 합니다. 만약 화장터나 묘지,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면 서로 뒤처지려고 할 것입니다. 시간을 즐기는 사람은 영혼의 밭을 가는 사람입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의 노예가 되지 않습니다. 그 일을 자기 삶의 소재로 생각하고 모든 과정을 즐길 줄 압니다.(p.335)
- 될 수 있는 한 적게 보고, 적게 듣고, 적게 먹고, 적게 갖고, 적게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야 참으로 볼 것, 들을 소리, 또 살아야 할 삶을 챙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 업의 덫에 걸려들 확률이 줄어듭니다. 이것은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입니다.(p.33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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