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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의 뷰포인트

어느 자영업자의 일기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09.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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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제 몫을 다하며 살지 못합니다.

그는 한때 혼자였기에 자신만의 불편과 어려움만을 참아내면 됐지만,

이제 그는 혼자가 아니게 되어서 그 불편과 어려움이 모두에게 미칩니다.

헌신적이며 사랑하는 아내와 이쁜 딸, 그리고 이제는 그가 책임져야 할, 자식에게 헌신적인 노모까지...

한 사람의 무능이 여러 사람의 불행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대강’, ‘조금씩’, ‘다음에’, ‘싫다!’ 등의 단어가 거쳐 온 작은 결과들이 한 사람의 인생을 참 볼품없는 결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는 ‘적어도 지금까지는...’이라는 단서를 달지만, 그 스스로도 언제쯤 결실을 얻을 수 있을지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조차 자신이 뿌려놓은 씨앗이 있기나 한지 때때로 자신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삶은 연습이 없다고들 합니다만, 그는 정말 냉엄한 삶의 진행이 아프고, 무섭고, 억울합니다.

자신의 무능이 너무 많은 것들을 버릴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한줄기 희망의 빛을 찾아, 지푸라기 같은 삶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칩니다만, 어린 딸의 아픈 기침소리가, 아내의 점점 심해지는 손발저림이, 어미의 늙어가는 모습이 그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요?

남들과 똑같이 살기 싫어서 뛰쳐나왔던 울타리였는데, 남들보다 훨씬 못한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게을렀던 것일까요?

무책임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무능한 그가 천재스러운 삶의 영광을 꿈꿨던 것일까요.............

오늘도 그는 새벽의 미명 속에 새로운 각오를 다지며, 이제 흔적조차 희미한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허덕입니다.

그에겐 어차피 돌아갈 길이 없답니다.

정면으로, 앞으로, 그에게 주어진 난관들을 돌파하며 그를 ‘입증’해야 하는 길밖엔 없습니다.

그는 기도합니다.

“조금 더 강한 의지를, 아니면 차라리 모든 걸 포기하고 살 수 있는 체념을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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