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빠, 내가 악당을 하는 게 어울릴 것 같아? 아니면 착한 사람 하는 게 어울릴 것 같아?”
갑자기 운전 도중에 연극 이야기가 나왔을 때 딸아이가 물었다.
순간적으로 머리에 스친 것은 ‘악당’이라는 단어...^^;
딸아이가 미운 것도 아니고, 예쁘지 않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아니 무지하게 좋아한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아무래도 녀석의 성격상 ‘확실한 성격파’ 연기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빠라는 이름으로 9살짜리 딸에게 악당이 어울린다 할 수는 없는 노릇...
“당연히 넌 착한 사람이 어울리지....”
그런데, 이 녀석 왈,
“음....솔직히 난 악당이 더 잘 맞는 것 같아.”
“그래? 그럼 어디 대사 한번 해봐라~” 엄마가 옆에서 부추긴다.
“신데렐라! 내가 그러지 말랬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나오는 칼날 같은 목소리....옆에서 눈을 꿈벅거리는 초식남 후보 여섯 살 둘째 아들에게 평소에 하던 목소리다.....인정하긴 분하지만, 어울린다.....ㅠ.ㅠ
딸아이는 이때까지 세 번 무대에 올랐다. 첫 번째가 6살 때 했던 ‘바다는 살아 있다’의 조개 2(....그래도 ‘조개 3’까지 있었다), 그리고 신데렐라에서 맡았던 신데렐라의 계모....
가장 최근에 했던 건 헨젤과 그레텔, 맡은 역할은 당연히.........‘마녀’였다.
어찌해야 할까? 9살 악역배우 희망소녀의 꿈의 키워줘야 할까??
딸아이가 6살 때 공연한 '바다는 살아있다' 중에서
그러고보니 10년 전 그 무대에는 내가 있었다. (극단 공감, 어린 왕자 중에서)
2.
딸아이의 꿈은 자주 바뀐다. 만화가, 건축가 등등....그런데 최근 자주 나오는 것 중의 하나가 ‘미스터 코리아’다...... 잘못 읽으신 게 아니다. 울퉁불퉁한 삼각형 남자들의 향연, 미스터 코리아다. 태권도장 다녀오면 팔에 알통자랑을 하려는 딸아이, 이 꿈도 키워줘야 할까?
3.
아내가 갑자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딸아이가 방과 후로 축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늘 앞서 가는 아빠인........‘척’하는 나는 당연히 ‘괜찮다’라고 아내를 위로했지만, 방과 후 축구선생님을 만나고 온 아내는 더 걱정이었다.
“아직까지 여자 애가 하겠다고 온 적도, 가르쳐 본 경험도 없대...”
그러나, 어쩌랴. 부녀 성격상 앞으로도 부딪힐 많을 텐데....이런 건 일단 밀어준다.
축구수업이 있는 첫 날, 걱정이 된 아내가 학교 운동장에 나갔던 모양이다. 그리고 갑자기 걸려 온 전화.....
“연우가 첫 골을 넣었어. 동네 아줌마들이 연우가 '에이스'래~”
장하다~ 우리 딸.....^^;;
4.
끝으로 질문 하나...우리 딸은 학기 시작되면 남학생들에게 2개월 동안은 반에서 인기도 1~2를 다툰다. 그런데.......'딱 2개월이다'..... 이유가 뭘까???
'정도영의 뷰포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사랑이란.... (0) | 2013.08.30 |
---|---|
출퇴근 4시간을 전철로 다녀보니 (0) | 2013.08.27 |
최후통첩 게임 (0) | 2013.06.02 |
진정한 여행_ 나짐 하크메트 (0) | 2013.05.06 |
잠시 잠깐의 사유(130430) (0) | 2013.04.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