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제로시대 비전의 명암
딱히 무언가 덕을 본 적은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새로운 행보를 보노라면 예전 정치에서 보기 드물었던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해서 웬만하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지지와 응원을 하고 싶다.
다만, 한 가지 ‘비정규직 제로시대’에 대한 비전은 아무래도 직업일선에 있는 사람이다 보니 이런 저런 상념들이 들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다.
‘상시, 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공공부터 시작해 민간까지 정규직화를 추진한다는 이 계획은 현재 곳곳에서 마찰음을 낳고 있는 모양이다.
이 정책의 시험대로 볼 수 있는 인천공항공사(아는 사람은 알지만...여기 정규직은 청년들에겐 꿈의 직장이다)에서조차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기 위한 대표단 구성을 놓고 마찰이 있는 것으로 안다. 거기에 임용제도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정규직 전환 논의에서 빠졌다고 비난받는 무기 계약직의 정규직화, 한 발 더 나아가 민간기업의 경우 300인 이상 기업의 비정규직 채용 시 고용부담금 부과 문제까지...곳곳이 지뢰밭이다.
온 나라의 노동관련 석학들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으니 뭔가 좋은 해결책이나 타협점이 나오길 기대하지만...문득 드는 생각은 ‘이게 빠르고 유연하게 변해가는 시장의 현실적인 흐름에 반하는 건 아닌가?’라는 우려다.
아시다시피 시장은 점점 더 유연한 조직을 목표로 한다. 경직된 조직, 인원수에만 의존하는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고 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모든 피고용인들의 정규직화는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볼 때 대단히 경직된 조직의 모습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거기에 일시적으로 전 방위에 걸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일어나게 되면, 아무래도 다음 해, 그리고 그 다음 해를 이어가야 하는 신규 채용이 둔화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안 그래도 정년연장이 주는 부담감에 신규 채용이 원활치 못한 상황이 아닌가.
기술적으로는 정년 연장과 신규 채용의 채용 상쇄효과는 별로 없다는 연구보고도 있었다지만, 여기에 일괄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루어진다면 현장에서 느낄 신규 채용 감소에 대한 체감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어디에서든 비정규직 근로자를 만나는 것은 쉽다. 직업체험 현장에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분명히 의미 있는 정책이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뭐, 개인적으로 아내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라 이를 반대할 처지는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해야 할 논의가 약간 뒤로 밀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것은 ‘동일노동에 대한 동일급여’에 대한 논의다. 비정규직의 처우가 고용안정성 외에 정규직과 다를 게 없다면,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한 곳에서 퇴직을 하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비정규직 진입이 쉬운 구조라면 지금 같은 정규직에 대한 애착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개인적으로 ‘정규직이 안정적’이라는 생각에는 별로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적어도 민간부문에서는 워낙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봐서...)
지금처럼 비정규직이 그저 싸고 해고하기 쉽고, 막 다뤄도 되는(?) 직원이라는 인식을 제도의 보완을 통해 고칠 수 있다면 유연하지만 좀 더 탄탄한 고용시장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본다. 다행히도 정규직화 논의에서 빠진 무기 계약직의 경우 이런 제도적 보완을 한다고 하니 그에 대한 기대를 우선 해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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