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도영의 뷰포인트

뭐 그냥 쉽게 할 수 있는 일 없을까요?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20. 4. 1.
반응형

뭐 그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 없을까요?_플랫폼 노동에 관하여     

 

“뭐 그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 없을까요?” 

 

직업관련 상담을 하면서 꽤 자주 듣게 되는 이야깁니다. 대개 자신의 기존 경력이 별 의미가 없어질 때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하게 되지요.

앞선 글 ‘코로나 시대 자영업자의 미래’에서 일부 다뤘었지만, 특히 자영업자들의 경우 직업전환 시 선택지가 기존 경력과 상관없는 경우가 많기에 좀 단순하더라도 쉽게 진입이 가능하고, 적정한(?) 수준의 생계비를 벌 수 있는 일을 희망하곤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볼까요?

돈을 적당히(아마도 200~400만 원 수준?) 주면서도 일자리 신규 진입이 쉽고, 
별다른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

 

여러분은 어떤 일이 떠오르시는지...

공사현장(일명 노가다), 요즘 각광(?)받는다는 택배나 배달 라이더, 식당 일(이건 요즘 어렵다. 있는 직원도 줄이는 상황이니...), 일반 관리업무(이것 역시도 요즘은 별로...), 이삿짐 센터 일당직, 간병인, 대리운전(경쟁이 치열해져 요즘은 200이면 잘 버는 쪽일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외국이라면 우버 기사 같은 것들이 저는 우선 떠오르네요.     

시대가 어려워질수록 이런 일들은 종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무언가 공통점이 있다는 느낌, 혹시 받으셨나요?

그렇습니다. 요즘 점점 더 시장에서 Hot한 위치를 잡아가는 플랫폼 관련 일자리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진입이 쉬운 일은 무엇인가요?

플랫폼은 원래 역에서 기차를 타고 내리는 곳을 말하는데, 여기서 플랫폼 비즈니스는 상품이나 서비스 같은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을 온라인을 통해 ‘판을 깔아’ 제공하고 공급자와 수요자를 매개하는 사업을 말합니다. 

이 사업에는 공급자(예를 들어 임대/숙박의 경우라면 빈 집을 활용하려는 주인, 우버라면 자기 차를 이용해 돈을 벌고 싶은 사람, 배달의 경우라면 가게 주인, 혹은 가게 주인을 대신해 배달을 하는 라이더 등도 포함)와 수요자(빈집을 이용하고자 하는 여행객, 우버를 이용하려는 손님, 혹은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하는 고객 등), 그리고 이들을 매개할 플랫폼의 세 주체가 필요합니다.      

 

취업도 창업도, 일상도 모두 플랫폼에 묶이게 되는 현실은 무섭습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와 관련한 노동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좋은 측면으로 보자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고, 개인들이 유휴의 어떤 자산이나 용역을 쓸 수 있다는 것이겠지만, 나쁜 측면으로 보자면 ‘불안정한 지위를 가진, 경우에 따라 저소득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은 노동자의 양산’이라는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배달의 민족 같은 앱 서비스를 보면 확연히 드러나지만, 

처음에는 공급자, 수요자, 플랫폼 서로의 윈윈을 목적으로 출발한 서비스가 
결국 그 플랫폼에 종속되는 거의 필연적인 현상으로 이어집니다.     

 

이 놀라운 세상, 그러나 이면에는 놀라움만큼 또 다른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하는 분들과 관련해 왜 ‘불안정 혹은 저소득’을 언급하는지는 잘 아실 겁니다. 

기존의 법령으로는 신분상의 정의를 내리기조차 어려운 것이 플랫폼 노동자들이니 법적인 보호도 쉽지 않고, 진입이 쉽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을 수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달려들 가능성이 높아 결국 저임금으로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일부나마 해당 근로자들에 대해 법적 통제를 가하기 시작한 프랑스나 미국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제대로 된 법조차 없는 것으로 압니다. 최근 타다와 관련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 정도가 관련성이 있을까요? 어쨌거나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느긋하게 진행하기에는 최근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장은 너무 가팔라 보입니다. 일자리, 프리랜서 영역, 음식 주문, 온라인 쇼핑 등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지 최근 우리는 너무나 선명하게 현장을 보고 있으니까요.     

 

2018~9년 기준으로 약 2% 미만 정도로 보던 플랫폼 노동자는 올해를 기점으로 대폭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정규 근로자나 독립사업자가 늘어나는데도 이 영역은 큰 기여(?)를 할 전망입니다. 더 늦기 전에 바른 방향성이 잡히길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팁 하나 더, 모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자리’에는 보이는 장점과 함께 보이지 않는 어두운 측면도 존재합니다. 갑자기 폭증하는 경쟁자, 험한 노동강도를 수반한 사고 위험, 혹은 플랫폼에 대한 무서운 종속성 등이 그 예이지요. 

 

코로나라는 폭풍이 몰아치는 바닷가의 삶 같은 우리 일상입니다

마치 폭풍우 치는 바닷가의 삶 같은 요즘입니다

당장의 선택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해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꼭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셨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는 신세가 되어 버릴지도 모르니까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