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쯤 부터였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갑자기 ‘선택’이란 것들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는 정말 선택의 연속이었다. 대학전공까지도 별 생각 없이 하루 만에 가족의 의견을 반영해 선택했던 나로선 그 전까지는 선택이란 것에 부담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30대부터 맞이한 삶의 선택들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좋은 선택도 했던 것 같고, 나쁜 선택도 많이 했던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한 첫 직업은 그다지 좋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고, 갑자기 아무 대책 없이 결정했던 첫 직장의 퇴사 역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20대의 말미에 아무 연고도 없었던 직업상담 분야로 방향을 전환했던 것은 결과적으로 내겐 좋은 선택이 됐다.
그런데 그 결과들을 놓고 보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그건 출발점에서 선택의 좋고 나쁨이 꼭 그 결과를 미리 결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내 경험에 의하면 결과의 좋고 나쁨은 오히려 선택의 출발점보다 선택 이후에 행했던 과정에 따르는 것이었다.
사실 내가 좋은 선택이었다고 말하는 직업상담 분야로의 첫 선택은 당시엔 무모한 도전이었다. 솔직히 그 당시에 나는 직업상담보다도 어쩌면 노동부 조직에서 일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던 지도 모르겠다. 막연히 처음 실시하는 직업상담사 1회 자격을 따두면 노동부 고용지원센터(그 당시엔 고용안정센터)에 지원할 수 있다는 홍보의 말에 무작정 모든 것을 그만 두고 1년 동안 공부에 매달렸다. 그리고 정말로 꽤 어렵게 자격을 획득했고, 용케도 운 때가 맞아 1년 반 정도의 시차를 두고 노동부에 무기 계약직 전임상담원으로 입직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무대책의 기대로 버텨낸 시간들이었고, 내 나이와 상황을 감안할 때 어쩌면 그렇게도 비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그런데, 열망은 나를 행동하게 했고, 그 행동의 노력들이 목표했지만 사실 실현가능성이 모호했던 결과를 만들어 냈다. 이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의 경험이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 온 힘이 됐다. 그리고 늘 합리적인 인간임을 자처하는 내가 가끔씩 전혀 비합리적 선택을 하게 만드는 판단의 근거를 제공했다.
이후의 과정들을 일일이 얘기하긴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드물게 내렸던 비합리적 선택들은 오히려 내 삶엔 도움을 주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경우가 많았다. 물론 돌이켜 보면 그건 선택의 결과였다기 보다는 그 이후 내가 노력했던 과정의 결실이었다.
직업과 관련해서도 선택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두 개의 직장에 동시에 합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건 신입이건 경력직이건 의외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사실 이런 경우가 생기면 좀 예민한 사람이라면 밤에 잠을 못 이루는 경우도 있다. 하루하루 결정이 바뀌고 예민해진다.
문제는 이런 경우가 되면 어떤 선택이고 뒤끝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자신에게 들어 온 결과보다는 포기한 결과에 마음과 가치를 더 두게 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손실회피의 효과’라고 부른다. 언제나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심리와 유사하다.
이래서는 어떤 선택이고 찝찝하고 나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내가 버린 회사가 더 좋아 보이면 지금의 회사에 충실해지기 힘들다. 행여 선택한 회사에 나쁜 점이 눈에 띄면 득달같이 후회가 밀려온다. ‘그 때 그 쪽으로 갔어야 했는데...’
첫 단추가 나쁘게 끼어진 경우라도 그 이후의 과정이 괜찮다면 문제가 없을 텐데, 과정이 나쁘니 결과도 나빠진다.
컨설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실 두 가지를 고민할 정도의 선택이면 어떤 것을 선택해도 무관하다. 비슷한 정도니까, 우열을 구분하기 힘드니까 고민하는 것이므로 차이는 미미하다고 본다. 결국 이때 중요한 것은 선택을 한 이후의 과정이다. 선택 자체는 별로 좋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택에 이르러 고민하지 마시라.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설사 객관적으로 나쁜 선택을 하더라도 우리에겐 좋은 결과를 불러 올 힘이 있다. 과정만 충실하다면 말이다.
'청년 취업 컨설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문계열 취업준비생들의 위기, 어떻게 봐야 할까? (2) | 2014.06.30 |
---|---|
아르바이트에 대하여 (0) | 2014.06.02 |
구두수선공 이야기 (0) | 2013.06.06 |
너무 일상적이라 낯선 존재, 직업 (2) | 2013.02.25 |
직종 탐색-인사업무 (0) | 2012.02.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