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렸었다_어느 직업상담사의 반성
[1] 나는 한때,
직업문제 해결에 강점을 가진 사람이라 칭했다. 실제 사례도 꽤 다양하게 접했었고 개인적인 경험치도 있어서 어떤 문제든 대안을 만들어내는 것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입이나 실무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컨설턴트들의 실무 심화 교육과정에서도 실질적인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춰 교육을 진행하곤 했다.
‘답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인데 답은 없이 기약 없는 상담만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2] 정부의 노동 관련 정책이 현장에서 자꾸 제 역할을 못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누군가 물었을 때는 나는 또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정확히 이렇다 저렇다 할 순 없지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정부의 모든 정책은 ‘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데 우리가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서, 그렇게 냉철한 개인들이 아니”라는 것이 내 대답이었다.
[3] 그런데 오랜 기간 현장에서 더 일하다 보니 내가 틀렸다는 생각이 자꾸 들게 됐다.
일단, 개인들은 스스로 온전히 기능하는 완전한 존재가 아니다. 인격적으로는 그런 측면도 있을지 모르지만 나를 비롯해 주변을 봐도 마찬가지로 이런 깔끔한 합리성을 가지고 냉철하게 목표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오히려 우리는 모두 ‘놀라울 정도로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더욱 문제해결만이 아니라 마음의 이야기를 듣고 좀 더 보듬고 풀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직업문제가 있는 개인들에게 ‘감정 떼어놓고 결론만 말해 봐야’ 해결이 될 가능성은 드물다는 얘기다. 내담자의 마음을 보듬고, 지속적으로 용기를 주며, 문제상황에서도 혼자가 아님을 알도록 함께 지원해야 직업상담은 나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니 결과적인 해법을 위주로 진행했던 나로선 ‘답을 찾아주고 해내면 그만, 아니면 말고’식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도 그렇게 얘기해놓고 ‘마음이 먼저다’를 자꾸 까먹고 일을 한 셈이다.
[4]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내 강점이라 믿었던 ‘문제해결에 대한 대안모색’은 그대로 살리되, 좀 더 상담적인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는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늘 배움의 과정에 있는 불완전한 사람이니 생각도 변하고, 대응도 변하는 것이리라. 다만, 모쪼록 내 부족했던 지난 시간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기를, 또한 젊고 의욕적인 신입 상담사들이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빌어 보며 작은 반성의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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