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Emotional Labor)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직무를 행해야 하는 이들로 흔히 친절을 강요당하는 직종의 사람들이다.
전화교환원, 텔레마케터, 은행직원, 민원접수창구의 공무원, 공공기관 창구직원, 백화점 판매여직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한마디로 No도 안되고, 상대방의 어떤 행동에 대해서도 토를 달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행동들이 잘못된 것일지라도 화를 내거나 공격적인 대응이 허용되지 않는다.
부당한 것에 화를 내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이다. 이런 여건이 갖춰지지 않을 때 인간은 이른바 ‘속병’이 들게 된다. 표출시키지 못한 화가 스스로의 정서를 압박하고, 자신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잘해봐야 냉소적이 될 뿐이다.
생각해보자. 누군가 어떤 민원인이 와서 터무니없는 이유로 화를 낸다.(사실 알고 보면 그도 피해자다. 세상에 불만은 많은데, 감정노동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면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너무나 부당하지만 자신은 대응을 할 수 없다. 조직에서 원하는 것은 누가 옳고 그른가를 밝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민원이나 불만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는 지상과제만 요구한다.
그래서 다툴 수 없다. 누가 봐도 부당한 것을 참아내고 인내해야 한다. 이래서야 사회에 건강한 소통이란 것이 이뤄질리 없다. 그것은 시시비비가 없는 일방적인 폭력이다. 그나마 그 대상 역시도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말단 창구의 직원들이다. 누구를 위한 친절이란 말인가?
잘못된 것은 건강하게 다툴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일방적인 감정발산은 터뜨리는 이에게도 그것을 수용하는 이에게도 장기적으로는 나쁜 찌꺼기만 쌓이게 만든다.
조금만 더 서로를 믿어보자. 솔직하게 대화하고, 옳고 그른 것을 따져보자.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책임을 지면된다. 옳았다면 그것은 신념 있게 자신의 일을 한 것에 격려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민원이 ‘전가의 보도’다. 평소에 멀쩡하던 사람도 공공기관이나 고객창구에 가면 상대를 압박하는 카드로 민원, 진정을 운운한다. 야비한 협박에 다름 아니다. 당당히 싸우겠다는 것도 아니고 당신 상관을 찔러서 무조건 괴롭히고 보겠다는 심산에 다름 아니다. 이런 것이 지속되는 한, 양쪽의 소통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민원이나 대고객 창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발단은 그 직원이 '싸가지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 혹은 엉망인 시스템에 화풀이 할 대상을 찾는 이들이 있고, 그 위엔 그런 불합리한 시스템을 만든 이들도 있다.
알고보면, 현장의 다툼에서 마주 보는 두 사람은 모두 사회적 약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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