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얘기하는 많은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최소한 몇 천만 원 이상은 들어야 사업을, 혹은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창업에 관해서는 어느 것이 적절하다는 표현은 있을 수 없지만, 대부분의 초보 창업자들은 무조건 한번쯤 망하고 갈 수 있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실제 많은 통계들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고 있기도 한데, 최근 통계에서 3년 안에 문을 닫는 소상공인 창업자의 확률은 53% 정도라고 한다. 아마도 초보라면 훨씬 더 높은 비율을 자랑할 것이다.
그런데도 왜 그토록 돈의 규모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건 아마 외곬수 증후군과 보기에 그럴듯함에 대한 무의식적 갈망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창업을 준비할 때는 너나 할 것 없이 ‘생각이 한쪽으로만 치닫는’ 일종의 외곬수 증후군에 빠진다. 스스로의 준비에 무리가 없고, 창업만 하면 떼돈을 벌 것 같은 환상이다. 어쩌면 이런 환상이 없다면 그토록 심한 한국적 다산다사(多産多死: 많이 생기고, 많이 망하는)형 창업구조는 만들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본의 아니게 상황에 떠밀려서 창업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무엇엔가 한번 ‘꽂히면’ 이런 환상에 곧잘 빠지게 된다.
프랜차이즈의 감언이설에 속는 것이건, 혹은 다른 어떤 것에 눈이 돌아간 것이건, 일단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 상식적인 검증조차 잘 되지 않는다.
빨리 돈을 벌고 싶은, 빨리 성공하고 싶은 조급함만 남는다. 많은 경우 타인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묻는 듯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합리적 대답’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강화’시켜줄 응원이다.
최근 동네 인근에 두 곳의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아무리 봐도 억대 규모의 자금이 들어갔을 법한 양고기 전문점이고, 또 하나는 코너 자리에 겨우 리어커 한 대로 버티고 선 호떡 포장마차다. 한 눈에 봐도 한 쪽은 고정비용의 감당이 어려워 보이고, 한 쪽은 파는 족족 남는 장사로 보인다. 특히 후자는 종종 ‘호떡을 사도 줄을 서야 한다’는 사실을 나로 하여금 직접 체험케 한다. 이쯤 되면 ‘호떡집에 불났다’는 표현이 어울린다.(여기가 잘 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약간 눈이 가는, 약간 다른 호떡이고, 보기보다 입지가 좋다)
주인들의 얼굴을 봐도 역시 차이가 심하게 난다. 한 쪽은 문밖을 자꾸 살피며 표정이 밝지 않다. 다른 한 쪽은 늘 웃는 얼굴이다. 하기야 손님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데 웃음이 안 나오면 그게 이상한 거겠지만...
장사나 사업은 1차적 목표가 수익을 남기는 것이다.(물론 그 이상의 목표도 있지만, 당장 생계차원의 창업자에게 그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럴 때, 결국 얼마를 투자하건, 어떤 형태를 취하건 목적하는 것을 얻으면 되는 것이 순리일 텐데 여기에 자꾸 엉뚱한 것들이 끼어든다. 내가 사업을 하면 ‘최소한 이 정도는 갖춰야 체면이 선다’는 식의 엉뚱한 생각들 말이다.
대략 계산을 해보니 극단적으로 얘기해 한 쪽은 망해도 50여 만 원이면 될 것 같다. 또 한쪽은... 한 눈에 봐도 절대 망하면 안될 것 같은 수치가 나온다.
‘처음 시작은 가볍게 가야 한다’는 말이 요즘 내게 부쩍 와 닿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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