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디자인한다는 것
“하루를 잘 보내면 그 잠은 달다. 인생을 잘 보내면 그 죽음이 달다.”
_ 윌 듀란트, 역사 속의 영웅들 중에서
내겐 병폐가 하나 있다.
새벽부터 이어지는 아침시간을 잘못 보내면 하루의 리듬이 엉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날들이 계속 이어지면...내 생활은 바닥을 경험하곤 한다.
하루를 잘 사는 자가 인생을 잘 산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내겐 하루의 열쇠를 아침이 쥐고 있는 셈이다.
'삶이 무조건 계획대로야 될 리 없지만, 가능하다면 내가 살고 싶은 모습으로 살고 싶다.'
그것이 세상을 살아갈 때의 내 바램이다. 내게 맞는 하루를 만들어 보자는 의미에서 나는 날마다 ‘하루를 디자인' 한다.
그 전날 취침 전, 혹은 늦으면 당일 아침에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하루를 어떻게 편성할지 다이어리에 적는 것이다. 이럴 때는 방송국 편성국장이라도 된 기분이다. 뭐 어쨌든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로 채우다보면 하루는 순식간에 꽉 찬다.
문제는 늘 그렇듯이 실행이다. 잘 정리된 일정이, 즐거운 기분으로 잘 채워질 때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뿌듯함으로 다른 영역에까지 선순환이 작용한다. 반면 가끔...아니 종종 꽉 짜인 일정이 부담스러워 ‘미친 척’ 하루를 그냥 훅 째버리기도(?) 한다. 대개 후회하지만, 가끔 나도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따지고 보면 내 일상은 내가 만든 약속과의 끊임없는 줄다리기가 될 때가 많다.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르겠다. “뭘 그리 팍팍하게 살려고 하느냐고...”
그런데 어쩌랴...마구잡이로 보낸 하루의 뒤에 느끼는 건 늘 그렇듯이 불편함이다. 편안하게라도 보내면 좋으련만 대부분 마구 보낸 하루는 편안하지도 않다. 늘어지는 시간이 많을수록 나의 하루에 대한 불만은 더 커진다. 가끔씩 멍하게 삶을 조망하는 시간까지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그런 날들이 너무 길어질 때, 나는 의도치 않았던 ‘무기력’이란 손님을 만나곤 한다.
대체로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아무 생각 없이 하며 보낼 때 오히려 하루가 더 즐겁고 만족스러운 경우가 많다. 쉬거나 늘어지는 시간을 휘젓곤 하는 잦은 고민들은 오히려 곧잘 행동을 방해하고 머리만 무겁게 만든다. 생각하고 고민하기 좋아하는 내가 많은 시간의 방종 후에 얻은 내 나름의 결론은,
‘사람은 시간이 많을 때 더 쉽게, 더 많이 흐트러진다’
는 것이다.
'하루의 디자인은 각자 달라야 한다.'
누군가에겐 철저히 통제되는 시간이 좋고, 나 같은 사람에겐 최소한의 약속만 지키고 나머지는 여유가 있는 것이 좋다.(그 최소한의 약속 지키기가 참 어렵다~)
또 누군가는 밤이 중심이고, 나 같은 이는 새벽이 중심이 된다.
좋은 옷을 위해 세심한 디자인이 필요하듯, 좋은 하루를 위해 섬세한 하루의 디자인이 필요하다.
수 년 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는 내게 맞는 것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그 과정과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책을 낼 생각까지 했지만...글쎄...그 책이 책으로 나올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잘 사는 하루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더 많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모두 어떤 식으로든 하루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디자인하며 살고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인식하고 살고, 누군가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자신만의 하루를 그릴 뿐이다.
이에 대한 내 생각은 아주 단순하다.
‘더 잘 하려고, 잘 그리려고 노력한 디자이너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건 아주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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