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을 앞둔 사람들이 착각하는 3가지
정년퇴직 예비자에 대한 강의를 많이 진행하는 편이다. 대체로 정년 몇 년 전, 특정 연도출생 대상 집단교육이 되는데 우리나라의 상위 기업들은 이런 교육을 진행하는 곳이 많다.
재미있는 것은 해마다 상대적으로 젊어질수록 같은 교육(예를 들어, 퇴직 3년 전 교육 or 5년 전 교육)이라도 분위기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게 된다. 사실 교육을 하건 상담을 하건 대상자들은 출생연도와 회사 분위기, 개인적 특성에 따라 모두 다르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전체를 관통하는 오해들도 좀 있다. 몇 년 새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년을 앞둔 살 만한 회사의 퇴직예비자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대체로 다음의 3가지다.
1. 돈만 있으면 노후준비가 끝난 줄 안다
“노후준비 잘 되셨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후자금과 관련된 준비를 잘 하셨나요?’와 동의어로 알아듣는다. 오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생애설계 분야를 강의하는 나로선 전혀 다른 관점의 질문이다.
노후준비는 재무적인 부분과 비재무적인 부분으로 구성된다. 비재무적인 부분의 역할은 그리 만만히 볼 게 아니다. 내가 강의를 가는 곳들이나 상담을 하는 곳들이면 나름 상위레벨의 직장 종사자라고 봐야 한다. 그러니 그런 분들에겐 오히려 ‘돈 준비’는 개인이 크게 사고만 치지 않았다면 더 쉬울 수도 있다.
비재무적인 부분이야말로 그 사람이 정말 인생을 얼마나 탄탄하게 만들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와 같다.
내가 상담을 했던 다수의 사람들도 대체로 ‘비재무적인 부분’을 놓치면서 멀쩡히 잘 살아왔던 인생이 꼬이는 경우가 많았다.
2. 노는 것이 쉬운 줄 안다
가장 흔한 착각 중의 하나는 ‘놀고 싶다’, 혹은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 퇴직 후 한동안 쉬려는 사람이 적지 않게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쉬면 좋을 것’이라는 무의식적 편견을 받아들인다. 그런데 쉬어보면 금방 알게 된다.
그게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쉬는데 안 좋을 게 뭐가 있느냐?”고 묻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안 좋다. 우리나라에서 정년 언저리까지 일한 사람이라면 알게 모르게 ‘사실상 일 중독’에 가까운 상태가 된다. 마치 의식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것처럼 생활패턴이나 일상의 조합이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막상 놀려고 들면 할 게 별로 없다. 기껏해야 “여행 다니겠다”는 건데....과연 며칠이나 다닐 수 있을까?
노는 건 ‘일하다 노니까’ 즐거운 거다. 계속 노는데 “더 놀라”고 하는 것은 아주 특이한 몇 분들 외엔 힘들어 한다. 인간은, 특히 우리나라 중,장년은 의외로 ‘노는 것’에 대한 적응력이 심히 퇴보해 있는 경우가 많다.
3. 가족들이 자신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주리라 기대한다
이건 반대로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당신이 전업주부 형태로 살았다고 하자. 배우자가 돈을 벌러 나가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당신은 자신만의 삶의 리듬을 만들어 왔다. 그런데 배우자가 퇴직 후 ‘나랑만 놀아달라’면 당신의 기분은 어떻겠는가? 그나마 관계라도 좋다면 어느 정도 먹히겠지만 충실한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고민이 될 문제일 수밖에 없다.
자식도 마찬가지다. 멀쩡히 성격 좋은 자녀들조차도 한 달에 한,두 번 부모에게 얼굴 내미는 게 쉽지 않은 게 요즘 세상이다. 그런데 내가 시간이 많아졌다고 자주 보자고 하면, 역시나 자녀와의 사이에 이전부터 쌓아올린 관계적 배경이 충분치 않은 부모,자녀 사이라면 이건 합리적인 기대일까?
유감스럽게도 가족들은 모두 자신의 삶으로 바쁘다. 가족의 한 사람으로써 신경이야 쓰겠지만 많은 시간을 나와 함께 해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대부분 개별적으로 이렇게 물으면 비합리적인 기대라는 것을 스스로도 안다. 그런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러리라는 기대를 안고 가족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마치 돈이 전부가 아닐 걸 잘 알면서도 돈에만 매달리는 삶을 쫓는 것처럼....
착각은 누구나 한다. 혹은 개별적인 상황도 다를 수 있다. 다만, 내 생각이 틀렸을 때 사람들은 꽤 당황하고 힘들어 한다. 그러니 위와 같은 부분들을 미리 점검해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나중에 ‘이 산이 아니었나 보다!’라고 한탄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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