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즐겁지 않은 이유
‘일이 즐겁다’는 말을 누군가 주변에서 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쳐다볼까?
드물게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다수는 ‘뭐, 이런 인간이~’라는 눈빛으로 바라볼 여지가 크다. 반대의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으니까. 그런데 일은 정말 재미없기만 한 것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일과 관련해 ‘재미있다’와 ‘재미없다’를 수시로 넘나드는 사람이다.
내겐 정말 일이 ‘재미있을 때’가 종종 있다. 그만큼 ‘일이 재미없을 때’도 자주 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내 경우 일이 재미없는 경우는 다음과 같은 경우들이다.
첫 번째는 일이 일로 보이지 않고 돈으로만 보일 때다.
놀랍게도 금액이 크든 작든, 일이 돈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일에서 재미가 없어진다.
아무래도 나는 가장이다 보니 이런 순간들은 수시로 내게 닥쳐온다. 어떨 때는 용케 일에 집중하고 어떨 때는 돈 중심으로 일을 바라보다 힘들어 한다.
금액이 크면 상대적으로 더 재미있지 않냐고? 길게 보면 ‘돈에 집착하는 관점’은 일하는 사람을 더없이 피곤하게 만든다. 더 괴로운 문제는 일 자체의 재미를 앗아가 그 일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돈에 더 마음이 가 있으니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과 같다. 집중하지 못하는 일에서 재미가 느껴질 리 없다.
두 번째는 일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 때다.
이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일일이 통제받는 것이 몹시 불편하다. 아마도 그래서 1인 기업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예전 패션분야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윗분들의 온갖 관여를 받곤 했다. 결국 그 건은 내가 처음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이 돼버렸는데, 결과에 대해 책임은 내가 져야 했다. 당연하지만 억울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기억들이 꽤나 불편하게 남아있는 탓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일에 대한 자율권은 내게 무척 중요하다. 물론 자율에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명확한 책임소재와 결과의 반영이 나는 좋다. 그래서일까? 예상 밖의 상황이나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에서 일이 틀어질 때 좀 힘들어하고 이런 요인이 많을 때 의욕이 떨어진다.
마지막 세 번째는 과도한 업무량에 치이는 경우다.
언젠가 약 두 달에 걸쳐 54일간 주말을 포함해 딱 4일만 쉬고 매일같이 하루에 1~3회의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속된 말로 ‘깡다구’로 버텼다. 수입은 꽤 됐었지만, 글쎄...지금이라면 다시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일에 치이면 결국 몸에서 신호가 온다. 정신적인 신호도 함께 온다. 피로감, 짜증 같은 것들이다. 당연히 별로 긍정적이지 않은 신호다. 그런 컨디션으로 좋은 에너지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결국 일이 즐거우려면 ‘일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고, ‘자율적으로 일해야’ 하며, ‘조금은 어렵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일반적인 직장인에겐 어쩌면 하나같이 꿈같은 이야기니 말이다.
혹시 만약 지금 ‘일이 곧 돈이고, 자꾸 곳곳에서 모든 걸 간섭받으며 일해야 하고, 과도한 업무에 치여 일하고 있다’면 당신은 대단한 인내력을 발휘하며 일을 해내는 것이다.
일이 즐거운 이도, 일이 즐겁지 않은 이도 일하는 사람은 그래서 자체로 대단하다. 그 대단한 걸 잘 해내거나, 혹은 꾸준히 참고 견디고 있다면 일단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응원받아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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