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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시니어 컨설팅

이런 일도 스트레스가 있나요?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4.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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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도 스트레스가 있나요?”

컨설팅을 진행하던 중 어느 대기업 퇴직자로부터 받게 된 질문이다. 그냥 웃고 말았다.

 

사람들은 흔히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일, 특히 그 중에서도 사람을 상담하거나 컨설팅 하는 것과 같은 일은 ‘땡잡은 보직’이라는 생각을 갖는 듯하다. 하긴 현장에서 땀흘려가며 몸으로 부딪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대성이란 것이 빠지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일방적인 것이 되어버린다.

 

내가 아는 일 중에 가장 피곤한 일은 대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물론 일반적인 기준을 넘는 근무형태, 2교대나 야간근무 등은 분명히 그 자체로 어려움이 크다. 그런 것들을 제외했을 때 통상적인 기준의 직업들을 놓고 보면 역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가장 피곤하다.

흔히 ‘감정노동’이라고 하는 영역이다.

 

직장인 교육과 전직을 주로 하는 내 업무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상대가 甲의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일 때 더욱 그러하다.

상담이나 컨설팅은 늘 상대의 변화를 주의 깊게 감지해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좋은 것을 끌어낼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거의 몰입수준으로 촉을 세우고 사람을 살피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뿐일까? 늘 감정노동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흔히 ‘이상한’ 사람들을 만날 때다. 그런데 이 ‘이상함’은 대개 누구나 조금씩은 갖고 있는 부분이다. 그것들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상대를 당혹하게 만든다. 이럴 때, 감정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노출할 수가 없다. 언제나 미소 짓는 것이 일순위인 까닭이다. 이 문제가 때로 터무니없는 일방적 인간관계를 만들고, 그것이 더 나쁜 악순환의 흐름을 탄다.

 

 

(모든 직업에는 나름의 스트레스가 존재한다. 다만, 타인들은 그것을 간과하고 있을 뿐이다)

스트레스가 없는 일이라.....아주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컨설턴트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정상적인 업무상황이면 대면만 하루 기본 2~3명 정도를 만나게 된다.

그랬을 때, 그 대부분이 정년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다가 나온 차부장급이라면 어떻게든 이 사람들의 재취업을 위해 경주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누구도 녹록한 사람이 없다.

최소 6천에서 많게는 억대를 넘나드는 연봉을 받던 50세를 넘어가는 퇴직자를 어느 기업에서 쉽게 받아줄 건가. 일단 자리가 턱없이 줄어든 상황이라 포지션이 나와 주지 않는다. 퇴직자들은, 특히 한 직장에서 오래 지내온 경우라면 이러한 시장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다. 처음 회사를 나온 다수의 직장인들의 계산법은 아주 단순한 경우가 많다.

'1억 받았으니 5천 정도 받는다고 하면 받아줄 곳이 없겠느냐'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 시장에서의 게임은 단순한 급여가감으로 해결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에서는 그 정도 임금조차도 임원급의 연봉인 것이다. 거기에 산업분야 자체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한데, 전직서비스를 받는 고객들의 기대는 한결 같다. 나 하나쯤 그런 문제를 해결시켜주지 못하냐는 것이다. 이때도 같이 움직이며 뭔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괜찮다. 던져놓고 ‘니가 알아서 해결해라’는 식인 고객도 꽤 된다.

이런 고객을 끌고 가려면 다른 사람보다 몇 배나 힘이 들고, 그럼에도 결과는 대개 좋지 않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컨설턴트는 겹겹의 고객요구로 둘러싸인 존재다.

컨설팅을 하는 고객의 요구가 있고, 프로젝트를 받은 자신을 고용한 회사의 요구가 있고, 프로젝트를 발주한 고객사의 요구도 있다. 대개 이 요구들은 각각 다른 요구사항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세 부류의 甲을 모시고 있는 것이다.

 

물위의 백조를 보면 우아해 보이지만 물속에선 죽어라고 갈퀴질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본 적이 있다. 직업생활을 하며 알게 된 하나의 진리는 ‘어떤 직업도 쉬운 직업은 없다’라는 것이다.

“경비나 하지~”, “농사나 짓지~”, “장사나 하지~”라는 말은 그렇게 쉽게 할 게 아니다.

그리고 컨설턴트도 스트레스 만땅이다. 좋아하니까 스트레스를 참는 것이지, 어떤 일도 스트레스가 없는 직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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