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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설계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고 있다면..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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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것들’로 하루를 채우고 있다면

 

1> 원하는 삶, 혹은 원치 않았던 삶

꽤 오래 전, 창업의 꿈을 꾸는 한 퇴직자가 있었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듯 그는 자신만의 창업을 통해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어 했다. 40대 초반의 나이에, 어느 정도 전문영역도 있었던 터라 예전 업무로의 복귀가 어려웠던 것은 아니지만, 그는 16년 정도 먹고사는 문제에 충실했으니 이제쯤은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 했다.

그런데 나름의 방향을 찾아 조금씩 준비를 해가던 중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처음 자신을 지지해 주리라 믿었던 부인이 반대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큰 의사표시를 하지 않다가 점점 방향이 구체화되자 불안해했다. 남편은 그녀의 불안을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것으로 해소하기로 했다.

 

지금도 간혹 기억이 나는 것은 마음에 맺힌 억울함을 차마 부인에겐 얘기하지 못하고 내게 하소연하던 모습이다. 다시 몸과 마음을 피폐하게 했던 그 일로 돌아가야 하는 것에 억울함과 어쩔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자괴감,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희생 같은 감정이 범벅된 모습이었다. 그는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가 겪어야 할 원치 않는 하루들이 이어져 갈 때 그는 또 얼마나 힘들어하며 살아갈 것인가?

 

집밖을 나서기만 해도 새로운 시간이 열린다. 오롯이 내가 원해 만든 시간이...

 

2>해야만 하는 일, 혹은 하고 싶은 일

언제부터인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나의 삶도 어느 순간 해야 하는 일들의 연속이 되고 말았다. 주변을 돌아보니 내 또래의 중장년은 흔히 그렇게 살고 있는 듯 보인다.

결혼을 하기 전 젊은 시절에는 그래도 하고 싶은 일들을 더 많이 하며 산 것 같은데, 40~50대 이르면 삶은 곧 의무감의 연속이다. 회사에 대한 의무, 가족에 대한 의무, 때로 내 스스로 내 삶에 덧씌운 의무까지... 우리는 각종 의무 속에 묶여 살아간다. 우스운 건 이 굴레 아닌 굴레를 덧씌운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벗겨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 처한 이들이 주로 하는 항변이 삶을 자기하고 싶은 것으로만 채울 수는 없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나는 여기서 삶을 무조건 자신의 뜻대로만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궁금하고, 또 한편 거스르고 싶은 현실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의 비율이
너무 일방적이라는 사실’이다.

 

중장년의 나이에 풀기 어려운 직업문제를 만난 이들과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곧잘 부딪히는 광경이 하나 있다.

어떤 일을 하시고 싶으세요?”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뭘 해야 할까요?”

어떤 것을 잘 하시나요?”

그게.........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일이란 게 거기서 거기고 주로 회사가 시키는 일만 하다 보니....”

이쯤 되면, 서로가 막막해진다. 컨설팅에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는 전형적인 케이스다. 자기에 대한 이해, 가고자 하는 목표가 부재한 경우는 이 부분만 확인하려 해도 한 달여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이런 경우는 꽤 많다.

 

오랜 기간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주어진 일’, ‘해야만 하는 일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사실은 회사생활을 벗어나더라도 우리는 원래 ‘타인의 기대를 많이 안고 살아가곤 한다.

어린 아이들 조차도 부모를 포함한 누군가의 기대에 대해 반응을 하며 살아가다보니,  내 속에서 나오지 않았지만 내가 감당해야하는 타인의 기대는 점점 무거워져 간다그러다 어느 순간 나의 기대, 정작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과거로 묻혀버린다. 정년퇴직을 앞둔 분들 중의 다수는 자신이 어떤 꿈을 꾸었는지조차 희미하다고 종종 하소연들을 한다.

 

해야만 하는 것들로 채워져 가는 하루하루는 이렇듯 사람들의 인생을 곧잘 재미없는 것으로 만든다. 누구나 자신의 뜻대로 살아갈 순 없지만, 남의 기대로 인해 해야만 하는 것들로만 삶을 채운다면, 이미 어쩌면 나의 삶이 아닌지도 모른다. 우리는 좀 더 자신의 삶과 기대에 충실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것들로 이루어진 하루조차 때론 짐스러울 때가 있다. 어느새 하고 싶은 것해야만 하는 것이 되는 마술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래도 내 뜻이 아니었던 의무감보다는 훨씬 낫다. 견딜만 하고, 얻고자 하는 바도 있으니 말이다.

이때 한 가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개인의 성향'이다. 누군가는 자꾸 한계를 두드려야 성장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여유를 주어야 일에 대한 만족감이 채워진다. 자신에 대한 이해는 이렇게 삶의 곳곳에서 필요를 드러낸다.

 

오늘 나의 하루를 돌아본다. 내가 원해서 한 일은 무엇이었는가? 해야만 했던 일들은 또 무엇이었나? 나는 나의 삶을 살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세상이 정해준 기대로 습관처럼 살고 있는가

내 하루에 먼저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한 작은 균형을 도입하자. 그러면 내 삶의 긴 여정 속에도 조화로운 균형이 만들어질 때가 올 것이다.

아무래도 지금 햇빛을 쬐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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