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우면 초심을 돌아보고 성공하면 마지막을 살펴보라. (채근담 中에서)
문득 새벽에 작업을 하다가 이 글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특별히 아주 어렵다거나, 그렇다고 성공을 논할만한 단계도 아니지만 이 말에 담긴 지혜는 곱씹어볼 만 합니다.
제 일과 관련해서 보면, 저 역시 처음 이 분야로 진출했을 때, 그리고 한 동안 이 업계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그 절실함은 도박판에 거의 모든 것을 ‘올인’한 사람의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들어올 때는 전례가 없고, 기약이 없는 자격시험을 준비하며 기다렸고, 거기에 더해 언제 채용공고가 나올지도 모르는 고용지원센터 채용까지...불확실한 첩첩산중을 건너온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식하고 용감한 인내였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들어갔던 고용지원센터를 떠나 한동안 이런저런 일들로 방황하다 다시 돌아왔을 때 역시, 사실상 4인 가족의 외벌이 가장이었던 저는 거의 최저임금 언저리의 일자리에 지원하기 위해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아내를 포함해 딱 두 명 외에는, 아무도 공감을 하지 않았던 도전이었던 셈입니다.
지금은 먹고 사는 것을 크게 걱정하진 않습니다. 뭐 그다지 펑펑 써대며 사는 스타일도 아닌지라 어떻게든 살 만큼은 벌 수 있다는, 좀 무책임한 낙관도 생겼습니다. 주변에서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시는 분들의 덕분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과연 그 어려웠을 때의 열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나이가 들고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처음 마음과 많이 달라져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참 오랜만에 교육이란 것을 받기 위해 들어왔습니다. 거의 지난 2년 정도는 정신없이 제 스스로와, 또 시간과 싸워야 했던 탓에 오로지 꾸준히 매달렸던 독서와 사람만이 제 배움의 루트였었습니다.
그래선지 오랜만에 받는 교육이 즐겁습니다. 흩어져 있던 생각도 정리가 되거니와, 어떤 의미로든 배움은 제 비어져 가는 곳간을 채우는 충전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말미를 생각할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희미하게 그려진 제 나름의 청사진은 있지만 지금은 가물가물해져 가는 ‘처음의 열정’을 더 기억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새벽의 열기가 좋은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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