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니면 된다고?
“나만 아니면 돼~”
언제부턴가, 내 기억엔 한참 강호동씨가 활동하던 1박2일이란 프로그램에서 이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능에선 웃자고 한 얘기였지만, 차가워진 사회 현실과 맞물리면서 곳곳에서 이런 현상을 보게 되며 차마 웃을 수 없는 현상들을 목격하게 된다.
길거리에서 누군가 피해자가 되어도 ‘나만 아니면’ 모른 척 하기 십상이 되어버린 것이 요즘 현실이다. 차가운 길바닥에서 죽어가는 듯 누워있는 사람을 모든 이들이 외면하고 있을 때, 한 아이가 다가가 “아저씨 괜찮아요?”라고 말을 건다. 그러다 그 어린 아이의 엄마인 듯한 사람이 그 아이를 나무라는 모습을 본다. ‘웬 쓸데없는 짓이냐?’고 말이다.
잠시나마 내 가족의 일 같고, 잠시나마 이 사회의 성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것을 부끄럽게 했던 ‘세월호’ 사건도, 그 배조차 인양되지 못한 시점에 어느 새 ‘남의 일’이 되어간다.
사람들은 그게 내 일이 아니므로 인해 안심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안심이 되는 것일까?
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심심풀이 삼아 ‘일진의 크기(글:윤필, 그림:주명)’라는 웹툰을 보았다. 거기에 아주 선명하게 들어오는 몇 컷이 있었다. 한 일진 학생이 만드는 나쁜 분위기를 알면서도 그것을 막기 위해 나서지는 않았던 한 학생에게 일진 학생이 협박을 한다. “다음 순서는 너”라면서 말이다.
우리는 누구나 사회적 불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보다 결정적으로 타인을 신뢰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행복해지기 어렵다. 사방이 언제든 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곳에서는 누구라도 편하고 느긋한 마음을 가질 수는 없다.
각자의 利己心을 깨라는 요구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것이 우리 전체가 더 안전해지는 길이라는 것 말이다. 아주 조금씩 각자의 이기심을 누르고 공동의 안전을 위해 기여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야 한다.
오늘도 어느 예능에서는 또 누군가가 ‘나만 아니면 된다’는 얘기를 몸소 보여준다. 청소년들 중 누군가는 이걸 재미를 넘어 세상의 주류로 인식할 것이다. 결국 그 피해자가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만은 그런 것들을 넘어갈 수 있으리라는 계산을 하며 말이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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