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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의 뷰포인트

아내의 이력서를 작성하다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0.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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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몇 년 만에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처음 아내에게 조금의 여유란 것이 생겼습니다.

바깥일을 하는 저만큼, 아니 어쩌면 더 치열하게 살아왔을 아내는 이제는 다시 세상 속으로 나가고 싶어 합니다.

그것은 아직 젊은 심장에 세상을 다시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일 것이고, 눌려있던 자신의 재능이 손짓하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리 넉넉지 못한 돈을 버는 남편 덕에 생긴 절박함일 수도 있겠군요.

하는 일이 이쪽이다 보니 당연히 몇 년 만의 이력서 작성을 하는 아내와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오랜 동안 두 아이의 육아만을 위해 애써왔던 아내의 이력서 작성이나 컴퓨터 활용 능력, 혹은 자기소개서 작성은 순식간에 ‘구인자의 시각’으로 전환한 제게는 많이 부족한 느낌을 주기도 했지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 전에는 나름 자신의 일을 꽤 잘한다는 평을 듣던 아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단순히 그녀가 게을러졌거나 세상에 무감각하게 살았기 때문일까?

당연히 아니었습니다. 그리 가정적이지 못한(혹은 아주 짧게 잠시 가정적이 되는) 남편의 성향 탓에 대부분의 육아의 어려움은 그녀의 몫이었습니다.

어느 정도인고 하니, 잠잘 때나 책 읽어 줄 때 아이들은 거의 엄마가 없으면 난리가 납니다. 아빠는 그런 방면에서는 그리 오랫동안 친절하지 않은 경원의 대상이지요.

무언가 궁금한 것이나 잠시 보고 싶은 것이 있어도 컴퓨터 앞에 앉는 짧은 자유의 시간조차 천진하지만 무지한 아이들은 허락지 않는 경우가 많았었습니다.

타자가 느린 것이나 사무프로그램의 활용에 익숙지 못한 것은 적어도 같은 정도의 비율로 제게도 책임이 있었던 것입니다.

생각을 바꿨습니다. 원래는 잘 하지 않는 일인데 반칙(?)을 했지요.

이력서는 스스로 작성하게 했습니다만, 자기소개서는 그냥 제가 써버렸습니다.^^;

지원을 해보되, 너무 급박하게 하지 말고, 시간이 주어진다면 컴퓨터 활용능력부터 다시 점검해 보기로 했습니다.


약간은 정리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니 마음이 괜찮습니다.

회사에서 조금은 관심을 가져줄지도... 어떤 경우든지 저는 믿습니다.

아내가 가정에 보여주었던 성실함이면 어떤 회사에서도 그만큼의 몫을 해 낼 거라는 것을요. 잠시 이 새벽 혼자 글을 쓰면서 아내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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