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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의 뷰포인트

직장인의 장시간 근무와 대체휴일제를 보는 시선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0.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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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은 직장인들........

지난 3월 하순 무렵쯤 MBC ‘후 플러스’에서 직장인들의 장시간 근무에 따른 부작용을 담은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정당한 대가조차 보장되지 않는 초과근무와 이른 출근, 휴일 출근 등으로 망가져 가는 근로자의 모습을 보며 아마도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했으리라.

2007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평균 근무일수는 연간 2,316시간으로, OECD 기준인 1,768시간보다 548시간(약 80일) 정도가 많다고 한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서도 우리나라를 최고의 일 중독국으로 칭했는데 그러는 한편, 사실상 생산성은 떨어진다며 약간은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후 플러스에서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의 휴가일수를 외국과 비교하고, 실제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드는 토,일요일 휴일과 국가지정 휴일의 중복 등을 대체휴일제로 극복하자는 주장을 제기했다.

대체휴일제란 특정 휴일이 다른 휴일이 겹치면 그 익일을 쉬는 날로 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예컨대 올해처럼 추석 등이 토요일, 일요일과 겹치면 아예 그 다음 하루를 휴일로 지정하는 것이다.

당연히 직장인과 근로자 단체는 환영을 표하지만, 역시 걸림돌은 사용자단체 등에서는 이를 추가비용으로 간주하며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대해 개인적으로 운운할 생각은 없다. 어느 정도는 대체휴일제의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다고 보는 까닭이다.

그럼 실제 문제는 무엇일까? 꽤 많은 직장을 경험했던 나로선 ‘퇴근을 바라보는 회사 내 분위기’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이전 내가 다녔던 직장 중에서 어떤 곳은 퇴근 시간이면 이사 중의 한 사람이 거의 시찰을 하듯이 사무실로 내려와 사무실을 한 번씩 둘러보고 가곤 했다.

이쯤 되면 밑에 직원들은 ‘퇴근하지 마!’란 무언의 압력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많이 개인화가 되긴 했지만 아직 세대 간의 시각차는 분명하고, 그들 사이의 권력(?)은 이전 세대가 쥐고 있다.

퇴근 시간이 되면 자기보다 일찍 칼퇴근을 하는 직원을 곱게 보아주는 분위기는 아직은 좀 더 요원한 것이 우리시대 한국 직장의 풍속도인 듯하다.

심지어 특별히 급한 일이 없는데도 제 시간에 퇴근하는 것은 직원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임원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직장인들 스스로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일의 질로가 아니라 좀 더 쉬운 방법으로 ‘늘 일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치하려는 성향도 있음이 사실이다.

나는 연봉협상 시즌이면 퇴근을 아예 11시쯤으로 미루는 것으로 직원들 간의 암묵적 분위기를 만드는 회사도 보았었다.

이쯤 되면, 제대로 된 생산성은 간 곳이 없고 오로지 ‘눈치 보기’만이 난무하게 된다.

원래 누군가 늘 잔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음 두 가지 중의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첫째, 그 사람이 아주 무능하거나, 둘째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분량의 일이 주어진 경우이다.

어떤 경우든 이에 대해서는 조직적 차원에서 보완을 해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옳다.

대체휴일제의 시행? 좋은 얘기다. 그러나 사전에 이러한 회사 내 분위기와 퇴근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생각해보라. 이미 주5일제 근무가 일반화되고 있지만(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아직 시행하고 있지 않은 회사도 많다), 일의 수렁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사람은 한, 둘이 아니다. 무조건 휴일에도 회사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휴일을 정해놓은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마도 대체휴일제가 시행되면 초기에는 오히려 회사 일을 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잔업에 대한 압박은 더 늘어날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분위기들은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40대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구력 테스트를 한다’는 누군가의 자조의 말처럼 현실의 직장인들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누가 언제 과로로 쓰러진다고 해도 과히 이상할 것 같지 않은 것이 지금 직장인들의 현주소다.



이제 성과를 ‘눈에 보이는 일하는 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은 빨리 사라져야 한다. 모 경영자의 말처럼 누가 아는가? 그 사람이 남아서 하는 일이 회사의 거시적 입장에서 보면 아무 생산성 없는 일일수도 있지 않겠는가?

휴식을 갖지 못한 사람에게는 창조적인 결과물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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