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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관을 말하다

아내가 퇴사하던 날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5.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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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퇴사하던 날

명색이 직업컨설턴트이다 보니 아내의 직업 문제도 제게는 꽤 마음을 많이 쓰게 만드는 문제입니다.

저 같은 직업을 가진 이에게 누군가는 그거 쉬운 문제 아니냐?’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솔직히 제게도 쉽지 않은 문제임을 고백해야겠습니다.

 

아내는 전형적인 경력단절 여성이었습니다. 저와 아이들을 낳고 열심히 모자라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 자신의 직업적 기회들을 희생한 케이스인 셈이지요.

10년의 공백과 여전히 쉽게 떨어지지 않는 어린 두 아이, 그리고 집안일에 서툰 남편은 줄줄이 취업의 장애요소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러던 아내는 2년 전 쯤부터 어떻게든 일을 가지려는 노력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아마 부족한 남편의 수입(?)이 시작의 원인이었을 테지요. 그렇게 시작한 첫 번째 일에서 아내는 상당한 마음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자긍심은 떨어졌고, 새로운 시작 이면에 깔려 있던 자신에 대한 불안은 늘어갔지요. 만만찮은 직장관계는 일보다 더 아내를 괴롭혔습니다.

끝끝내 사실상의 해고를 당했지만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남편의 개입을 원치 않았기에 지켜만 봤지만 저도 속이 많이 상했었지요.

 

그리고 다시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최저 임금 수준의 기간제였지만 두 번째는 확실히 처음보단 나았고, 그 속에 무너졌던 자신감을 조금씩 되찾아 올 수 있었습니다.

 

며칠 전 아내는 짧은 계약기간을 뒤로 하고 퇴직을 하게 됐습니다. 위의 사진은 아내를 위해 첫째가 만든 '퇴직 축하 종이꽃'이었지요. 묘하게 신경이 쓰이던 날이라 저도 함께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고생을 했고, 힘든 만큼 얻은 것이 많은 시간이었으니까요.

 

습관처럼 일에 관해 아내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곧 다음 방향을 어렵지 않게 잡았습니다. 이미 조금씩 준비를 해 온 일이었기에 별 망설임은 없었습니다. 아내는 새롭게 시작할 힘을 미리 키우고 있었고, 이제 좀 더 자신감이 붙어 이미 준비를 위한 첫걸음을 뗐습니다.

본의 아니게 아내를 통해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과 관련해 많은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이론과 현장의 이야기가 아내의 재취업 과정을 통해 조금씩 매치가 되기 시작하더군요. 덕분에 저는 소중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고마운 것은 이제는 아내가 분명히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제는 '일이 주는 맛' 역시 보상만큼 중요시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슬쩍 밥숟갈만 얹히고 생색을 내려 하고 있습니다.^^;

아내를 보면 저절로 세상의 모든 경력단절 여성을 응원하게 됩니다. 이제는 TM전화조차 함부로 받지 않게 됐습니다. 그이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내, 엄마란 생각을 하게 되면 누구나 그렇게 되지요.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녀들이 모두 원하는 일을 좀 더 쉽게 얻게 되는 시대가 곧 올겁니다. 그런 때가 빨리 올 수 있도록 저도 조금이나마 노력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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