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말하다>
롤러코스터를 탄 어린 딸이 어지럼증을 호소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재미있다 싶었는지 타고 싶다 했는데, 막상 타보니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화려하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막상 조금만 오래 타도 어지러울 수밖에 없는 롤러코스터, 이런 롤러코스터 같은 삶의 선상을 끝없이 달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멀리 있지도 않은 그들, 바로 우리들 자신이다.
내가 좋아서 올라탄 것 같은데 내려올 엄두가 나지 않는 삶, 도대체가 쉬지 않고 달리다보니 점점 지쳐 어느 땐가는 ‘도대체 내가 왜 이러고 사나’란 기분에 젖는 삶을 느껴보지 않은 이가 몇이나 될까? 이 책의 저자 코사카 마사루는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의 라이프 모델을 통해 ‘보라, 당신은 내려올 수 있다. 언제든 욕심만 줄일 수 있다면’이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잘 나가던 기업에서 퇴직하고, 스물아홉 살의 청년이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삶의 모델을 찾아 나선다. 이후 자기 마음에 꼭 드는 작은 바를 운영하고, 자신을 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반농반도시 생활을 한다. 욕심내지 않지만 즐겁게 살고, 때로 보다 큰 세상의 발전을 위해 사회적 활동에도 참여한다.
저자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 내 모습을 반추하게 된다. 그리고 희망을 본다. ‘어쩌면 내게도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 말이다.
다운시프트, 미니멈 주의 등의 요지는 결국 불필요한 욕망을 줄이는 데서 출발한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최소한의 필요만 충족시키고 나머지는 오로지 내 행복을 위해 사용하는 생활. 물론, 각자가 조금씩 다른 행복의 잣대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 역시 한 사람의 체험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늘 자신을 둘러싼 욕심에 힘겨운 이들, 좀 더 느긋하게 소박한 꿈을 꾸며 삶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이 모델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 책은 소박하지만 설득력 있게 그 내용을 전달한다. 거기에 쉽게 읽힌다는, 독자로서는 고마운 미덕도 함께 가지고 있다.
지금 도시 속에 살면서도 도시를 떠나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어쩌면 답답한 생활 속에 새로운 희망이라는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 줄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남다>
- 다운시프트족은 ‘자동차의 기어를 저속 기어로 바꾼다’는 뜻의 다운 시프트(down shift)에서 유래한 말로, 수입은 적어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느긋하게 삶을 즐기는 사람들을 뜻한다.(p.11)
- 어떤 데이터에 따르면 가정에서 차를 사용하는 시간은 한 달에 약 20시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 달의 나머지 약 700시간은 주차장에 세워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수입의 약 4분의 1을 차를 유지하고 보수하는데 쓴다고 한다. 그렇다면 차를 없앤다면 총 노동시간의 4분의 1을 줄이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p.59)
- 우리는 누구나 일 년 365일 해가 뜨고 또 지는 것을 알고 있다. 달도 마찬가지로 뜨고 지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달이 지는 것을 보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p.75)
- 나는 매일 다양한 요리와 술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일을 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깨달은 사실은 ‘어쩔 수 없다’며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삶의 문제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p.77)
- 20대 때 나는 쇼난이나 요코하마에 있는 바에 자주 가곤 했다. 들어가기 부담스러운 가게나 규모가 큰 가게, 손님이 많은 가게보다는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주인아저씨가 혼자서 하는 가게가 마음에 들었다. 언제나 카운터 너머로 소설책을 읽고 있는 주인아저씨, 손님에게 가게를 잠깐 봐 달라며 놀러 나가는 아저씨,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주인아저씨 등 개성이 넘치는 자유로운 어른들을 동경했다.(p.123)
- <가끔은 달이라도 쳐다봅시다>와 내가 풍요로운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돈을 버는 쪽보다는 필요 이상으로 '벌지 않은 자유'를 선택했기 때문이다.(p.131)
- 좋아하는 것을 모두 모아 놓으면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것이 된다. 우리 가게에는 최고라고 불릴만한 것은 없지만 나의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에서 하나뿐인 가게가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 한 가지라도 공감해주는 손님들이 찾아와준다. 하루 5명 손님이 목표하면 이것으로 어떻게든 채워진다.(p.141)
- 작은 것의 장점을 살린 생활방식, 경영방식, 사고방식을 ‘미니멈 주의’라고 한다.(중략)
[무엇을 위해 얼마나 벌 것인가?
미니멈 주의에서는 그 ‘무엇’은 행복이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수입이 있으면 될까?
그것을 위해서 어는 정도 수입이 있으면 될까?
이렇게 생각하면 해야 할 일이 또렷해진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스피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좋다.
이런 말을 늘어놓자면 끝이 없다.
행복의 시작은 비교하지 않고
만족을 아는 것이다.
미니멈주의는 돈과는 마주하되
끝없는 욕망을 쫓지 않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일본 제일의 작은 농가 사이카와 에이키의 글 인용(p.147)
-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선진국’이라고들 하지만 ‘발전과잉국’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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