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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세월이 젊음에게/ 구본형 著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08.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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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젊음에게/ 구본형 著

느낌.

그의 글은 탁월하다. 오랜 시간 노력하고 다듬어 온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조금 현란한 듯도 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이 책은 자신의 첫 딸의 첫 출근을 위해 내어주는 한 아버지의 선물이자 시대에 앞서 가는 한 지식인이 후학들을 위해 들려주는 애정에 찬 조언이다.

그의 표현처럼 ‘밥벌이의 지독함’에서 ‘존재를 고양해가며 일 하는 법’을 시종일관 부드럽지만 설득력 있는 문체로 얘기하고 있다.

일종의 직장인들을 위한 영양서라면 내 표현이 웃기는 것일까?

특히나 사이사이 숨어 있는 그의 뛰어난 표현력은 마음을 두드리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의 글은 어떤 원칙들의 나열이 아니라 삶의 깊이가 있는 듯 하여 좋다.



마음에 담아두다.

- 일은 사나운 늑대 같은 거란다. 늘 피하려 하지만 그것이 없으면 갑자기 늙어 버리고 세상은 지루한 것으로 변해 버리거든.(p17)

- ‘밥=놀이=직업’이라는 등식이 가능해지면 밥벌이가 너무 신난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잠자던 호모 루덴스의 피가 깨어나는 것이다.(p20)

- 놀이는 내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 언제라도 그만 둘 수 있는. 많은 이들이 일을 힘들어 하고 피곤해 하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은 선택할 수 있지만 한번 선택하면 꾸준히 해야 한다. 그나마 내게 맞는 선택을 하면 덜 피곤해 질 수 있거나 혹은 때로 즐거울 수도 있는데 이것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적성에 맞는 일’을 하라고 외치는 이유이다.(개인적 생각)

- 일의 가치는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에 대한 태도가 곧 그 일의 가치를 결정한다. 나는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좋다.

- 무슨 일을 하든 스스로 그 일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그 일이 무엇이든 누구도 자신을 모욕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 ‘먼저 스스로를 모욕한 다음에야 남이 자신을 모욕하게 되는 법’이라는 옛말이 틀리지 않다.

- 설혹 언젠가 그 일을 떠나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지금 그 일을 스스로 모욕하지 마라. 시시한 일이라고 투덜거리지도 마라. 그러면 결국 지금의 자기 자신. 그리고 자기 인생의 돌아 올 수 없는 한 때를 모욕하는 것이다.(p25~27)

- 일이 놀이가 되기에는 너무 고되고 재미없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놀이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이 깨지면 더 이상 놀이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게임의 규칙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을 제약하기도 하지만, 바로 그 규칙이 또한 하루를 게으르지 않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p32)

- 본인이 평범하다고 생각한다면, 아주 많은 사람들과 정서적으로 잘 어울릴 수 있다. 만일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시도’를 하여 성공한다면, 단 한 번의 도약만으로도 빛나는 인물이 될 수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못 배운 사람의 성공이 더 빛나고 고귀하게 여겨지는 것처럼, 약점과 평범함은 성공을 빛내 주는 어두운 배경이 된다. 특히 평범한 지지자들을 많이 가질 수 있다. 평범한 다른 사람들도 나를 통해 비범함의 가능성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p37)

- 일 속에 자신의 기질적 특성과 가치관을 이식하여 나만의 일 처리 방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나’라는 특징이 일 속에 특화되어 흡수될 때 사람들은 나로부터 다른 사람이 가지지 못하는 차별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p44)

- 일은 우연히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되었소?”라고 물으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라는 말이 가장 흔한 대답이다.(중략) 
우연히 어찌어찌하여 온 것이든 오래 계획하여 얻은 것이든, 언제나 그 일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를 묻고,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걸고 그 길을 가라. 그것이 곧 직업적 성공이다.(p49)

- 직업이 소명이라는 것을 믿어라. 천직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신의 소명을 발견해 가는 순례라고 생각하라. 신은 우리 속에 그 소명을 찾아갈 수 있는 온갖 종류의 표시와 신호와 실마리를 안배해 두셨다.(p56)

- 얼굴은 표정을 담는 그릇이다. 그리고 표정은 감정을 비추는 거울이다. 얼굴보다 더 잘 그 사람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것은 없다.(p72)

- 웃음 없는 직장은 밥벌이의 지겨움에 지친 사람들이 밥값만큼만 일하는 고된 노동 현장일 뿐이다. 그것은 이미 살아있는 직장이 아니다. 미련 없이 버려라. 버리는 것 역시 훌륭한 의사결정이다.(p81)

- 잘 맞지 않는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 ‘피할 수 있는 사람이면 피하라. 그러나 매일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중립을 지켜라’(p87)

- 우리는 자신이 가진 시간을 팔아 돈을 벌고, 다시 돈을 팔아 먹을거리와 즐거운 시간을 되사는 순환을 되풀이하며, 그것이 삶이라고 믿곤 한다(p160)

- 젊음은 단명하기에 아름답고, 인생은 길기에 누구나 뜻을 세워 살고 싶은 삶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누구든 자신의 꽃이 한 번은 필 것이고, 그 때는 그 향기가 진할 것이다(p170)

- 우리는 누군가가 빛나는 신부가 될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멋진 들러리가 되도록 하자. 그래야 부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축하는 질투보다 성숙한 것이며,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이다. 누군가의 빛나는 순간을 기쁨으로 함께 나누라(p198)

- 일은 빨리 가는 물결이다.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는 천천히 가는 물결이다. 일은 빨리 효율적으로 늘 더 좋은 방법을 모색하여 처리하는 것이 필요한 ‘고속도로’다. 그러나 사람과의 관계는 천천히 깊게 흐를수록 좋다.(p203)

- 개성만으로는 외롭다. 그 차별적인 매력이 빛을 발하려면 어울림이 필요하다(p230)

- 우리는 먼저 우리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계발할 필요가 있다. 말, 글, 노트. 노래, 춤, 그림, 표정, 제스처, 억양, 눈빛, 의상 등 무엇이 되었든(p230)

- 재능이 있더라도 성실하지 못하면 쓰기에 불안하다. 인재는 오랜 시간을 두고 육성해야 한다. 그 오랜 시간을 견디면 자신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성실할 수밖에 없다(p237)


나라면.

마지막 딸에게 쓴 작가의 ‘내가 너를 사랑한 것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잘 한 일이구나’라는 표현을 보며 이제 아버지의 입장에 선 내 마음도 함께 울렸다.

적절한 우화의 제시와 유려한 글의 흐름, 확실히 구본형은 인문적 감성과 경영적 냉철함이 어우러진 뛰어난 작가요, 사상가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글도 많지만, 이 책에선 적어도 내 자신, 그러한 부분을 발견할 만큼 뛰어나지 않아 미진한 부분조차 찾기 힘들다.

다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진 않으려니 누군가 그의 고답적인 글 자체에서 어지러움을 느끼는 이도 있으리라.

내 주변의 한 지인은 늘 구본형 소장의 책을 권하면 앞부분에서 좌절하곤 한다.

아마도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작가의 숙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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