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쓰지 말자’
한 때 내가 일하던 사무실 책상에 붙어 있던 표현이다.
일을 사랑한다는 표현을 쓴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일을 할 때 마음은 꽤 절실한 편이다.
그 탓일까?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나는 스스로를 과하게 자책하기도 한다.
그런 나를 달래기 위해 주문처럼 걸어두었던 경구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삶에서 마주 하는 일이란 것들이 그리 쉽게 뜻대로 풀릴 리 없다.
"삶은 마치 통제되지 않는 거친 바다를 헤쳐 나가는 것과 같다."
우리는 그 바다 위를 달랑 한 장의 해도만을 가지고 나아가는 배일 뿐, 그런데 뱃사공이 자신의 배에는 아랑곳 않고 바다만을 향해 뜻대로 안 해 준다고 화를 낸다면, 이건 좀 넌센스가 아닐까?
하지만 습관처럼,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우리는 화를 내고 억지를 쓴다.
바다(세상)를 향해 욕을 하고, 때로 누군가는 자신의 모자람에 절망한다. 그러다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은 뒷전이 되고 만다.
"묘하게도 한번 틀어진 일들은 억지를 쓴다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드물다."
무리를 해서 돌려놓은 사안들이 지속적으로 어긋나면서 곤란을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무리수는 결국 무리수로 돌아올 뿐이란 걸 말이다.
억지는 대개 욕심에서 나온다. 안 되는 것, 그만 해야 하는 것을 되게 하고, 더 늘여보려는 욕심들. 별 것 아닌 일도 책잡히는 것이 싫어 거짓말을 했다가 그 거짓이 빌미가 되어 큰 일이 되고, 시간이 필요한 일을 억지로 빨리 끝맺으려다 미처 피기 전의 꽃을 따내는 어리석음이 반복되곤 한다.
이제 조금씩 나이가 들며 배우는 것이 있다.
"삶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좋은 것 속에도 어려움이 있고, 고난 속에도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 참고 조금씩 노력하며 기다리면 흐름은 바뀌는 경우가 많다. 억지는 또 다른 억지를 부를 뿐이다.
조금 내버려둬도 좋다. 그런다고 하늘이 두 쪽 나는 경우는 드물다.
굳이 ‘대단히 출중하게’ 살아오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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