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대상 면접을 진행하며 들었던 아쉬움
가끔 면접관으로 참여를 한다.
주로 공공영역 관련 면접관인데 얼마 전에도 한 곳에서 중장년층을 뽑는 면접이 있었다. 기간제이지만 상당 기간 일을 할 수 있는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의 일자리. 정부지원사업을 기업과 연계시키는 포지션이었다.
좋고 희망적인 것도 보게 되고, 또 아쉬운 것도 보게 되는 것이 현장이다. 면접도 그렇다.
그날만 해도, 나름 좋은 모습의 지원자도, 갈수록 나아지는 면접지원자에 대한 예우도 긍정적인 모습이었다.
예전의 위압적인 면접관들은 이제 별로 보기 힘들다. 그리고 터무니없는 행동을 하는 지원자도 흔치 않다.
다만, 그런 과정에서 또 다른 형태로 면접은 까다로워지고 진화한다.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과정은 기업에겐 늘 어려운 고등수학 같다
면접관으로서도 아쉬운 점은 많다. 일단 두 가지가 종종 걸린다.
가장 첫 번째는 훈련되지 않은 면접관들이 저지르는 실수, 대표적인 것이 면접과정의 구조화가 약하다.
간혹 면접현장의 리더도, 질문의 순서도 정하지 않아 중구난방의 흐름이 조성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이럴 때 질문도 천차만별이다. 누가 무슨 질문을 할 것인지도 정해놓지 않으면 각 지원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질문이 남발되고 다른 질문으로 다른 지원자를 평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래서는 좀 곤란하다. 같은 질문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다른 질문을 넣는 것이 기본인데 이런 것조차 무시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두 번째는 역시나 우리나라 면접현장의 고질적 문제 중의 하나인 ‘시간부족’이다.
보통 20분을 전후해 한 명(그나마 이것도 상황이 나은 쪽일 것이다. 다대다(多對多) 면접에서는 3~5명 정도를 이 정도 시간에 돌리기도 한다)을 진행하자니 뭘 깊이 있게 묻기도 힘들다.
기본적인 몇 가지 질문이면 그냥 ‘대충 알아서’ 지원자를 평가해야 한다. 그러니 면접 외적인 것들(예를 들면, 이력 등)이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면접에선 다행히 이력서를 미리 여유를 두고 정리해줘서 파악이 됐지만, 보안 등을 이유로 현장에서 바로 나눠주는 경우는 그나마도 시간이 부족해 파악이 쉽지 않다.
면접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내기 힘들 때 우리는 지원자의 이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지난 면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두 가지.
첫 번째는 한 지원자의 ‘오버 스펙’이었다. 포지션보다 월등히 좋아 보이는 경력, 거기에 면접까지 잘 본 그는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함께 일할 분은 채용을 망설였다. 왜 그랬을까? 여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누가 봐도 다른 제안이 오면 금방 옮길 가능성이 높은 지원자, 실제로 그럴 개연성도 높아 보인다면 채용 후 조기퇴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담당자는 이전 채용자도 그렇게 그만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것들이 누적되면 좋은 스펙을 가진 이를 뽑는 것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돼버린다. 그래서일까? 실제로 한 중견기업에서는 출신학교가 대단히 좋은 지원자는 차라리 먼저 걸러버린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왜 자격이 되는데도 뽑지 않을까?’라고 억울해하는 지원자도, 채용을 망설이게 되는 채용권자도 모두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정론은 없다. 다만, 지원자도 채용권자도 이런 상황을 이해한다면 그에 합당한 최적의 모델을 찾아야 하는 과제만 남을 뿐이다.
두 번째는 놀랍게도 4명의 최종 지원자 중 자신이 지원할 업무와 관련해 제대로 조사를 해 온 사람이 단 1명이었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지원한 업무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지원자를 반대로 그분들이 면접관의 자리에 있었다면 뽑았을까?
청년층에 비해서 오히려 사회경험이 많은 중장년이 면접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모습을 종종 본다. 대체로 말을 잘한다는 것? 혹은 자신이 해온 경력에 대해 자신감을 가진 경우겠지만 면접관의 입장에선 '초점이 맞지 않는 답변'이나 '열심히 하겠습니다'란 말로만 버티는 지원자가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물건을 하나 살 때도 이보다는 좀 더 진지하게 알아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한 면접관은 과연 나만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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