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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의 뷰포인트

당연한 것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1.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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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후에 갑자기 한 여자 분에게서 방문을 해 상담을 받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불과 그 얼마 전에 등록하시자마자 취업이 되었다며, 취업지원을 취소하신 분이었는데 조금 뜻밖이었지만 워낙 절실한 목소리라 편하신 대로 하시도록 했다.

 

잠시 찾아 온 그녀는 30대 후반으로 상담실에 들어가자마자 눈물을 비치며 하소연을 했다.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운데, 직장에서 자꾸만 일자리를 잃고 나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불과 두 달여 만에 나온 것인데 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채 말씀을 잇지 못하셨다.

한 시간여가 넘게 이야기를 들어드리고, 요지를 확인해보니 그녀는 지속적으로 조그만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일자리를 옮기곤 했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주로 영세한 핸드폰 부품제조공장 쪽으로 움직이다보니 일이 없으면 바로 해고가 되는 케이스가 있었고, 그걸 몇 번 반복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설움이 받쳐 방문을 하시게 된 것이었다.

 

그러면서 꼭 좀 자리를 구해줄 수 없겠냐는 요지였는데 시즌이 사실상 마감이 된 상황에 쓸 만한 자리가 있을 리 없었다. 거기에 등록이 되지 않은 고객을 돕는 것은 인정상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실상 업무 외의 일을 하는 셈이라 내 시간을 뺄 수 있을지도 고민이었다.

그 때 마침 얼마 전에 구인을 하려고 했던 한 제조업체가 떠올랐다. 몇 명을 채용코자 했던 곳이었는데 마감이 다 됐는지가 분명치 않았지만, 회사는 나름대로 직원채용과 관리에 소신있는 모습을 보였던 기억이 있었다.

그녀가 원한 것은 일감이 조금만 없어도 사람을 자르는 것만 아니면 좋겠다는 것이었는데 적어도 그럴 정도로 취약한 회사는 아니었다는 판단에 이를 말씀드리고 잡 매니저와 상의를 했다. 회사와의 통화 시 그녀의 제조현장에서의 경력을 어필하며 조금은 시큰둥한 회사를 설득했다. 다행히 최종적으로 조만간 한번 검토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일단 그 여자 분에게 말씀을 드리고 가능한 협조를 해드릴 것을 약속했다. 워낙 경제사정이 안 좋은 터라 그녀는 확인조차 안 되는 또 다른 현장을 다음 주부터 출근키로 했다며 꼭 해당 회사와의 연결을 부탁하고 돌아가셨다.

 

그 다음 날부터 2~3일 간은 계속 그녀의 건에 대해 잡 매니저와 상의를 했다. 절박해 보이는 모습이 계속 불편한 마음으로 남았던 탓이었다. 그리고 통화조차 잘 되지 않는 그녀와 어렵게 면접일정을 잡아드리고 며칠 후 회사로부터 최종적으로 그녀가 그 회사에 다니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이후 그 분의 연락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이라 내가 굳이 전화를 걸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씁쓸함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최소한 내가 그곳에서 일하게 됐다.’라는 전화 정도는 주실 줄 알았는데....



 

사실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없던 일자리를 업체를 설득해 어렵게, 그것도 꽤 좋은자리로 취업을 시켜드린 케이스도 있었고, 대기업 면접을 앞둔 젊은이 몇 명을 센터에서 위탁받아 사실상 업무 외의 일을 하면서 면접을 지도해 대거 합격시킨 적도 있지만, 취업 전 꽤 촉급해 하던 당사자들로부터 최소한 합격했습니다의 한마디조차 듣는 것이 쉽지 않다. 보통의 경우라면, 최소한 그 정도의 연락을 주는 것이 상식이고 기본일 텐데 어쩐 일인지 공공 서비스 영역에서는 당연한 말 한 마디를 해 주는 분이 오히려 특별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반대로 어떤 분은 내가 해드린 것이 없는데도 과도하게 감사하는 분들이 있다. 그때는 내가 민망해서 조금이라도 더 챙겨드릴 것이 없는지 고민하게 된다. 논외의 얘기지만 이런 분들은 취업이 빠르다. 컨설턴트가 특별히 더 잘 도와서가 아니라, 대체로 대인관계가 좋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만큼 삶에 쫓겨 최소한의 사람에 대한 예의를 곧잘 잃어 간다는 반증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 TV 개그프로그램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조금 더 헤퍼져도 좋겠다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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