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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다윈지능/ 최재천 著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2.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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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소크라테스나 갈릴레이, 혹은 이순신 장군처럼 너무나 익숙한 유명인이라서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위인들이 있다. 내겐 다윈이란 사람 역시 그러했다.

귀가 따갑도록 들어 온 진화론도 그냥 적자생존이니, 신이 만든 세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생물이 스스로 변천하며 살아남은....어쩌고 하는 정도의 알퍅한 지식이 내겐 전부인 이론이었다.

처음 다윈지능을 접할 때의 느낌은 부제인 공감의 시대를 위한 다윈의 지혜란 말에 사회학적인 활용에 대한 기대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을 보고 난 느낌은 보다 생물학적 접근이 강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일부 성()선택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좀 쉬운 재미를 제공하기는 하나, 과학적 문외한으로서는 좀 읽기에 어려웠다. 다만 그 와중에도 이러한 진화론이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수확이었다.(그렇다고 이 책이 그 부분을 친절하게 설명하지는 않는 듯 하지만)

 

아는 만큼만 보이는탓으로 역시 기본적 지식이 없으면 아무래도 멀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다. 순간순간 재미있는 동물학적 이야기가 시선을 사로잡지만 아직은 이것이 우리 삶에서 어떤 부분과 연계되는 것인지는 낯설다. 이럴 때는 지극히 사회과학적 편향의 내 수준이 의심스럽긴 하다.

언젠가 좀 더 세상을 보는 넓이가 달라진다면, 그리고 다윈을 비롯한 고전이나 인류적 의미가 있는 책들을 섭렵하고 나면, 다시 한 번 쯤 이 책의 내용을 곱씹어보고자 정리를 해본다. 지금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언젠가 내게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을 기대하며...

 

마음에 남다>

- 서양의 2000년 사상사의 기반을 제공한 사람은 누가 뭐래도 플라톤이다. 플라톤의 사상체계에 따르면 이 세상은 영원불변의 완벽한 이데아 또는 전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한 전형으로부터의 변이는 진리의 불완전한 투영에 불과하다.(중략) 다윈은 놀랍게도 플라톤이 진리의 불완전한 그림자로 지정한 변이야말로 이 세상에 실존하며 변화를 일으키는 주체라는 전혀 새로운 설명을 내놓았다. 지극히 쉬운 말로 표현하면 너와 나의 다름이란, 완벽하지 못하다는 자성의 대상이 아니라 그로부터 삶의 새로움이 잉태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진화란 한 마디로 변화를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세대 간에 일어나는 생물체의 형태와 행동의 변화를 뜻한다.(p.19~20)

 

- 다윈은 진화가 일어나기 위한 조건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들었다.

첫째, 한 종에 속하는 개체들은 각자 다른 형태, 생리, 행동 등을 보인다. 즉 자연계의 생물 개체들 간에 변이(Variation)가 존재한다.

둘째, 일반적으로 자손은 부모를 닮는다. 즉 어떤 변이든 유전(Heredity)한다.

셋째, 환경이 뒷받침할 수 있는 이상으로 많은 개체들이 태어나기 때문에 먹이 등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다.

넷째,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형질을 지닌 개체들이 보다 많이 살아남아 더 많은 자손을 남긴다[자연선택 Natural selection](p.26)

 

- 자연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유전자를 섞어 왔다. 유전적으로 단순한 그러나 탁월한 개체군은 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동안에는 성공적으로 영역을 넓혀 갈 수 있다. 그러나 환경은 늘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변해 왔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는 개체군은 바로 유전적 변이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는 것들이다. 진정 섞여야 건강하다.(닭장의 뛰어난 개체와 조류인플루엔자 이야기/ p.50~51)

 

-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란 철저하게 상대적인 개념이다. 생물은 결코 절대적인 수준에서 미래 지향적인 진보를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제한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다른 개체들보다 조금이라도 낫기만 하면 선택받는다는 다분히 상대적인 개념이 진화의 기본 원리이다.(p.69)

 

-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설계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진화에는 이처럼 역사적 제약’, 또는 계통학적 제약이 있다.(p.87)

 

- 눈먼 시계공, 리처드 도킨스의 책 제목, 진화과정에 만약 설계자가 존재한다면 그는 필경 눈이 먼 시계공일 것이라고 꼬집은 것.(진화의 불완전 흐름을 지적한 것. p.94)

 

- 후세의 생물학자들은 다윈의 자연선택과 성 선택을 두고 둘이 전혀 다른 메커니즘 또는 체제인지, 아니면 결국 성 선택이 자연선택의 일부인지를 두고 끝없는 공방을 벌여 왔다. 다윈 자신은 둘을 별개의 체제로 본 것 같다.(중략) 메리 제인 웨스트에버하드의 분류에 따르면 자연선택은 주로 먹이, 은신처, 영역 등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고, 성 선택은 배우자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회적 맥락이냐에 따라 자연선택과 성 선택은 같은 방향으로 작동할 수도 있고 전혀 반대 방향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바로 이 배우자를 두고 경쟁하는 후자의 경우 그 대상이자 목표는 거의 언제나 암컷이며 경쟁의 주체는 바로 수컷이라는 점을 일깨워 준 사람이 바로 다윈이다. 더구나 그 경쟁의 결과가 궁극적으로는 암컷의 선택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선택권의 소재는 결국 투자의 크기로 결정된다.(p.126~127)

 

- 남성들의 대부분은 마치 일부일처제의 굴레가 벗겨지면 일부다처제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착각하지만 사실은 훤칠하고 잘생긴 송승헌이나 조인성 같은 친구들이 수백 명의 여성들을 휩쓸어 가기 때문에 우리 평범한 남성들에게는 차례가 오지 않는다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중략) 앵거스 존 베이트먼의 실험을 시작으로 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일부다처제 동물의 경우 암컷과 짝짓기에 성공하는 수컷은 종종 전체의 5~10%도 되지 않는다.(p.139~140)

 

- 이혼과 재혼은 일부일처제에 무시 못할 변이를 제공한다. 이혼한 다음에 재혼하는 비율은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높다. 이혼 당시 아직 자식을 길러야 하는 여성들의 경우에는 자식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그리고 남성들이 재혼할 때 대부분 젊은 여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재혼은 남성에 비해 그리 흔하지 않다. 어느 특정한 순간에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더라도 평생 여러 번 결혼을 하면 결국 일부다처제의 효과를 얻는 것이다. 그런 경우를 연속 일부일처제라고 부른다.(p.166)

 

- 절대 다수의 현화식물(꽃을 피우는 식물)은 한 꽃에 암술과 수술을 모두 가지고 있다. 적어도 형태적으로는 암수한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화식물에서는 같은 꽃의 암술과 수술 간에는 서로 꽃가루를 주고받지 않는다. 동물계에서 근친상간을 피하는 적응 메커니즘들이 진화한 것과 마친가지로 식물에서도 자가 수분을 방지하는 다양한 메커니즘들이 개발되어 있다.(중략) 벌이나 나비가 꽃가루를 거의 다 실어 나르고 나면 수술들은 시들기 시작하여 차츰 고객을 숙이고 그들 사이로 암술이 우뚝 서게 된다.(중략) 그러니까 대부분의 꽃들은 우선 수컷으로 먼저 태어났다가 점차 암컷으로 변해간다.(p.196~197)

 

-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의 경우, 사실상 개체들이 자신들의 복사체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후손에 전달되는 실체는 다름 아닌 유전자이기 때문에 적응 형질들은 집단을 위해서도 아니고 개체를 위해서도 아니라 유전자를 위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에 도킨스는 개체를 생존기계라 부르고, 끊임없이 복제되어 후세에 전달되는 유전자, DNA불멸의 나선이라고 일컫는다. 개체의 몸을 이루고 있는 물질은 수명을 다하면 사라지고 말지만 그 개체의 특성에 관한 정보는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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