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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2.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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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말하다>

 

살다보면 힘이 들 때가 왜 없을까? 당연히 누구라도 그렇듯이 나도 종종 마음의 신음을 한다. 그런데 가만히 둘러보면 이 어려움을 하소연할 곳이 없다.

아내에게도 주변 지인들에게도, 혹은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도 어렵고 힘든 마음을 내색하기 힘들다. 안그래도 좀 비판적인 성격으로 인해 부정적 인간에 가까운 얇은 탈을 본의 아니게 쓰고 있는 내가 그런 말을 했다간 '또 비판적 성격 나왔다, 부정적인 것이 심하다' 온갖 얘기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심지어 나를 이해하는 아내에게도 매번 그런 하소연을 할 수는 없다. 나도 안다. 부정적인 단어가 그야말로 주변까지 감염시킬 수 있음을...그래서 날선 비판은커녕 제대로 된 하소연조차 못하는 상황을 나 역시 당연한 나의 부족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이 책을 만났다. 미국의 전업작가(원래는 세포생물학 박사)이자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바라 본 긍정적 세상에 대한 회심의 반격, '긍정의 배신(원저 Bright-Sided)'을 만난 것이다.

 

그녀가 긍정의 세상(정확히는 긍정적 사고의 세상 지배현상)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 것은 스스로가 유방암에 걸렸을 때라고 한다. 자신은 죽음의 위협과 맞서고 있는데, 그 험한 와중에 모두가 긍정적 태도를 가지라고 권유를 넘어 거의 강요를 하는 상황을 체험하게 된다. 결국 이에 대한 의문이 미국 사회, 인간 사회 전체로 확장되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긍정적 중독 현상을 마주하게 된다.

 

암환자들의 세상, 베스트셀러 시크릿으로 더 유명해진 끌어당김의 법칙의 허구성, 그리고 낙관주의의 뿌리를 파헤치며 이윽고는 기업에서, 종교에서, 심리학에서 긍정적 사고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까지 나아가게 된다. 이 모든 현상이 어우러져 만든 경제붕괴의 사태까지도 긍정적 사고편향의 일방적 낙관주의가 관여되어 있음을 생생한 사례와 분석을 통해 알려준다.

 

책을 읽고 나면 한 가지 위안을 얻게 된다. 흔히 비판적인 성격, 회의적 성격, 때로 부정적인 날선 말을 하면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곤 한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나쁜 것과 동의어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비판 없는 사회가 얼마나 건강하지 못한 것인지 이미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무 근거없는 억지긍정은 그런 면에서 무조건적인 불만 만큼이나 위험하다

 

 

 

 

마음에 남다>

 

- 미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지도 않고 가장 부유한 것도 아니라면 어째서 그토록 긍정적인 자아상과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일까? 실은 긍정성이 실제 상태나 기분이 아니라, 세상을 설명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결정하는 이데올로기의 일부라는 것이 물음의 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p.23~24)

 

 

- 긍정적 사고를 가장 환영한 것은 미국 기업계였다(미국기업은 동시에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다). 긍정적인 사고가 그 자체로 하나의 산업이 되었고, 기업들은 그 산업의 으뜸 고객으로 부상해 마음의 노력을 통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좋은 뉴스를 게걸스럽게 소비했다. 혜택은 줄고 노동시간은 늘어난 반면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21세기의 노동자들에게 이는 유용한 메시지였다. 동시에 고위 경영자들에게는 (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으로부터의) 해방 이데올로기가 되었다.(p.32~33)

 

 

- 매년 4만 명에 달하는 여성이 유방암에 굴복한 사람들의 대열에 합류하는데 이들은 전투에 패한 사람으로 불리며 잃어버린 용감한 자매, 전사한 병사가 되어 치유를 위한 마라톤 대회에 사진으로 등장한다. 압도적인 긍정성이 지배하는 유방암 문화에서 순교자는 중요하지 않다. 명예와 박수갈채를 누리는 것은 생존자들이다.(p.51)

 

 

- 이라크전의 병력 증강을 두고 배타적 증폭(자기와 생각이 같은 사람들의 말만 들음으로써 판단착오나 실수를 강화시키는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 말을 그대로 적용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얼마나 신나는 생각입니까? 행동과학자들이 그렇게 해서 열차에 올라탈 표를 거머쥔 거죠. 암 관련 연구에는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행동과학자들은 거기 매달릴 수밖에 없지요. 그들이 암 퇴치를 위한 연구에 달리 어떻게 기여하겠습니까? 사람들이 선크림을 바르게 하는 방법을 연구해요? 그런 건 매력적인 주제가 될 수 없겠지요. (제임스 코인(암 환자의 긍정적 태도와 수명 연장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학자)의 말 인용, p.65)

 

 

- 베스트셀러 백만장자 시크릿의 저자이자 잠재력 극대화 훈련의 창시자인 하브 에커는 부정적인 사람들을 멀리해야 하며, 그런 사람과 살고 있다면 떠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신을 끌어내리는 상황이나 사람을 분간해야 한다. 그런 상황이나 관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만약 가족이 그렇다면 가급적 가족들과 어울리지 마라.”(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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