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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업을 만나다

1인 기업 일기_일하는 시간에 대하여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17.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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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기업 일기_일하는 시간에 대하여(170529)

 

가끔 1인 기업을 하면서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1인 기업은 자유롭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독립을 한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결론적으로 이 생각은 오해에 가깝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원래 1인 기업을 생각한 것은 돈을 많이 벌려고도 일을 더 많이 하려고도 시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의 믿음처럼 그저 좀 더 자유롭게, 자율성을 가진 일을 하려는 의도였지요.

그러나 사람이란 것이 참 간사합니다. 막상 일을 벌여놓고 보니 상사에 의한 통제는 없어졌는데 상사보다 무서운 자기통제라는 적을 만나게 됐습니다.

 

[집에서 작업할 때는 아이 책상이나 소파에서 하루 종일 앉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강의를 하는 사람들은 세 부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일 상위의 레벨은 일을 골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최소 공중파나 TVN, JTBC 같이 잘 나가는 방송을 몇 번은 탄 사람들이고, 유명세가 남다른 분들이죠. 시장에서의 브랜드가 명확한 분들입니다.

두 번째 레벨이 일은 들어오는데 골라 받을 자유는 별로 없는 분들입니다. 1인 기업이란 것이 최소한 얼마 벌고가 없습니다. 일은 겹치지 않는 한, 들어오는 대로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기약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늘 마음이 쫓깁니다.

세 번째 레벨은 그나마 일조차 마음만큼 들어오지 않는 경우이지요. 이 경우는 확실히 팍팍합니다. 강의라는 일에 상당히 애착이 강하면서도, 어느 정도 경제적인 뒷받침이 되어 있지 않으면 견디기 쉽지 않습니다.

 

저는 아마 두 번째 레벨쯤 되는 듯합니다. 다행히 한 고비는 넘었습니다만, 덕분에 일하는 시간이 엄청 늘었습니다. 어떤 때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평일이고 휴일이고 계속 앉아 작업을 합니다. 언젠가 16시간을 쉬는 날 집에서 일만 한 적이 있습니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솔직히 한 때는 이렇게 열심히 한다는 것이 폼 나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래서는 몸도 마음도 오래가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평생의 직업인데요.

거기다 1인 기업의 특징 중의 하나가 쉬는 날에도 그리 마음 편히 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할 일이 걸려 있거나, 혹은 없더라도 늘 뭔가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러면 쉬는 게 쉬는 게 아니게 됩니다.

 

최근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조화로운 삶이란 책을 보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자신의 새로운 삶을 개척해 건강하고 충만한 삶을 살았던 헬렌 니어링과 스캇 니어링의 시골살이에 대한 자서전적인 책입니다.

그들은 하루를 크게 오전 네 시간과 오후 네 시간으로 나누고 오전이든 오후든 네 시간을 일하면 나머지 시간은 글을 쓰고, 토론하고, 산책하고, 음악을 연주하는 자유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반년만 일해서 한 해의 살림이 장만되면몇 달을 일에서 손을 놓고 쉬곤 했습니다. 물론 이런 삶과 비교하긴 어렵겠지요. 오히려 보통은 하루 8시간도 모자라 OECD 최고 수준의 근무시간을 자랑하는 것이 현실의 대한민국 직장인 모델이니까요.

 

결국 저를 비롯한 우리 시대의 평균과 니어링 부부의 삶과 비교해 보니 차이를 만드는 건 하나 뿐인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정도는 살아야 한다는 욕심입니다. 그들은 불필요한 것들에서 최대한 자유로웠으나 현대 도시의 거주자들은 아이들 교육비에 묶이고, 각자의 또 다른 삶의 허영들을 채우는데 묶이느라 일 속에 주저앉아 삽니다. 저 역시 1인 기업이란 타이틀을 갖고도 방전의 삶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피로사회의 재독철학자 한병철 교수도, ‘성과를 향한 압박이 탈진, 우울증을 초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얘기합니다. 결국 이 문제는 요즘 시대의 화두이겠지요.

 

아직 제 생활은 모두 하나의 시험대입니다. 제가 강의하는 많은 것들처럼 일하는 시간역시 먼저 시도해보고 또 실패해보면서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보면, 소속된 직장을 다닐 때보다 적게 일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집중력의 순도는 높은 편이구요.(아무래도 제 일이라서 그럴까요?^^;)

 

여전히 아직은 낯설고 서툰 이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때는 또 제 일하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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