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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영의 뷰포인트

천권의 책을 읽어도 세상이 바뀌지 않는 이유

by 사람과 직업연구소 2021.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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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권쯤 책을 읽었는데도 세상이 바뀌는 게 없네

 

예전 어떤 분이 내게 한 말이다. 연배도 나보다 있으셨고, 직급도 높았던 분이라 내가 뭐라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라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런 경우가 있다. 뭔가 노력을 한 것 같은데 결실이 없는...

 

가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보게 된다. 국내 성인 평균 독서량이 연간 7.5(2019년 국민독서 실태조사 보고서)이라는 시대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가끔 읽어도 너무 많이’(?) 읽는 분을 볼 때 의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연간 몇백 권을 넘나드는 분들도 종종 있다. 독서가 취미라 할 정도면 수긍이 가면서도 한편, 과연 그게 제대로 된 책 읽기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책이 얼마나 많은지, 책을 얼마나 읽는지는 중요한게 아닐지도 모른다

 

예전 송나라 시인이자 학자인 구양수는 학문을 하는 태도로 그 유명한 삼다(三多)를 언급했다. 이 삼다(三多)는 또한 책을 대하는 태도로서도 적합하여 많이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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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많이 헤아린다(때로 토론 등을 통해 생각을 교류하는 것까지 포함)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개인적으로 책을 대하는 태도로 이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우리는 흔히 읽지만, 잘 쓰지 않고,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책은 스쳐 가는 바람일 뿐이다.

 

그럼 현대에서 책을 읽는 자세는 어떤 것일까? 몇 년 전 독서법과 관련해 한동안 히트했던 책이 박상배님의 본깨적이었다저자의 관점에서 보고’, ‘나의 입장에서 깨닫고’, ‘개인이나 회사 입장에서 적용해보는 책 읽기로 쓰는 것 대신 적용이 들어갔으나 맥락상 구양수의 삼다(三多)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내 책읽기의 관점을 보니 묘하게 과거와 현대의 책 읽기에 대한 이론들이 합쳐져 있다. 솔직히 이건 이분들의 이야기에 영향을 받은 덕분도 있겠지만 실상 자연스럽게 내 안에 자라난 책 읽기의 관점이기도 하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 헤아려 보고, 많이 써보고, 실제 내 삶에 적용해 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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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읽는 것은 기본 자원을 채우는 행위이고, ‘생각하는 것은 저자와 나의 관점을 비교하고 한편으로는 위로를 얻고 필요를 채우는 것이다. 다음의 쓰는 것은 내 속의 생각과 욕구를 풀어내고 정리하는 행위이며, ‘적용은 앞서가는 이의 지혜를 빌어 실질적인 내 삶의 개선을 도모하는 행위인 셈이다.

 

다만, 이럴 때 유의해야 할 것이 내겐 '많이 읽기'에 집착하다 바람처럼 스쳐 가는 책 읽기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예전엔 책을 한동안 그렇게 읽었던 때가 있었던 것도 같다. 연간 몇 권이냐가 중요했지 그 책이 내게 뭘 남겼느냐는 뒷전이던 때가...

책을 제대로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앞서 얘기했던 그분의 말씀엔 두 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을 듯하다.

첫째, 당연하게도 일단 책이 바꿀 수 있는 건 책을 읽는 사람이지 세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게 바뀐 사람만이 세상을 바꿀 뿐이다.

두 번째로는 책에 대한 충분한 헤아림과 그 지혜를 자신의 삶에 적용하려는 노력이 따랐어야 할 것인데 그 점에서는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다른 미디어에 비해 책은 생각할 수 있다는 기능에서 독보적이다. 일방적 수용이라면 책은 TV나 다른 영상에 비해 부족한 도구로 남을 뿐이다. 그러니 제대로 읽고 내 삶에 이어붙여야 한다. 한 권의 책이라도 피가 되고 살이 되게 말이다. 간단하지만 독서 노트를 쓰는 것도 실은 이런 맥락일 것이다.

 

책이 사람을 바꾸고, 그 사람이 세상을 바꾸는경우는 그런 노력속에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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