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퇴직이란 무엇일까?
한 지인이 있습니다. 속내를 웬만큼 알 정도니 가까운 사람입니다.
최근 퇴직을 고민 중입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연봉을 받는 비정규직이었지만 자기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있던 이였습니다.
퇴직의 사유가 뭐냐구요? 급여를 떠나 일에 만족감을 느꼈던 이가 조직을 떠나면 이유는 대개 한 가지입니다. 사람 때문이죠. 정확히는 그이가 느꼈던 직장 내 패거리 문화에 의한 따돌림, 혹은 상위 직급자의 갑질에 유사한 압박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소한 연말까지는 계약 기간이 보장된 이가 몇 달 남지 않은 기간을 채우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그만 두려 합니다. 이렇게 그만 두면 당장 눈에 보이는 손해가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중도 퇴사는 경력관리란 측면에서 해롭습니다. 재취업 시 퇴직 사유의 증명이 까다로워집니다. 대인관계의 문제라면 어떻게 대답해도 ‘인간관계 적응에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리 억울해도 말이죠.
두 번째는 실업급여와 퇴직금을 못 받게 됩니다. 특히, 실업급여(정확히는 구직급여가 맞습니다)는 당사자에 입장에서는 꽤 속이 상하는 일입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자발적 퇴직은 수급자격이 제한받기 때문입니다.
자, 여기서 저는 고민이 생깁니다. 직장 내에서 인간관계로 인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던 이 사람의 경우, 자발적 퇴직일까요? 다른 요인에 의한 퇴직으로 봐야 할까요?
조직 내 인간관계 갈등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으며, 상사가 주는 유무형의 압박으로 시달려 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러나 막상 당사자들은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로 괴롭습니다.
재미있는 건, 정작 이런 압박에 대해 해당 당사자들은 부정을 합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힘 혹은 위계의 차이가 심한 조직 내부에서 자신이 정당하다고 믿는 당사자들이 부딪혔을 때 하위 직급자, 혹은 비정규직들은 거의 필연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재계약이나 승진 등을 감안하면 윗사람의 눈치를 보며 동조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실 회사나 조직을 떠나는 이들 중에는 정규직, 비정규직을 불문하고 이런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전에도 이런 의문을 가졌지만 이런 걸 자발적 퇴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법이 미묘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통제하는 것은 어렵지만, 늘 이런 문제 앞에 서면 느끼게 되는 답답함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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