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참 중요한 문제다. 인간세상에서 이만큼 영향력을 미치는 물질이 도대체 어떤 것이 있을까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돈은 우리 생활의 곳곳을 지배한다.
직업시장에서도 당연히 돈의 역할은 중요하다. 특히나 사람들이 직업을 선택하는 3대 요인 중의 하나인 경제적 보상은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직업시장을 보면 가끔 그 지독한 임금의 불균형에 놀라게 된다.
차이에 따른 차별은 자본주의 시장의 중요한 포인트다. 성과나 기여의 차이에 대한 부분은 어떤 식으로든 다르게 보상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 폭이나 정도가 ‘과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 때가 많다.
임금차이는 두 가지 경우에 흔히 드러난다.
첫째가 학력 간 임금차이다. 올해 초 한 연봉정보 제공업체의 발표(페이오픈, 2012.01.29.)에 따르면 고졸과 대졸의 신입연봉 차이는 665만원, 월55만 원 정도의 차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이 차이를 누군가는 불합리하다고 볼 것이고, 또 누군가는 합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것은 당연히 보는 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대학교육을 받으며 나름 열심히 학교에 다닌 대학생이라면, 그래서 확실히 취업한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교육적 기반의 자질을 갖춘 학생이라면 이 정도 임금차이는 날 수도 있다고 본다.
나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다른 관점의 문제를 우려한다. 그것은 왜 대학진학률이 80%를 넘어가야 하는지, 그럼으로써 양산되는 과도한 허울뿐인 대학졸업장들이 오히려 이 차별을 더욱 문제 상황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직업의 세상은 TV에 나오는 ‘아름다운(?) 장면’들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참기 힘든 환경,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하며 만들어가는 세상이기도 하다. 고학력의 지적 작업을 수행할 사람도 필요하고, 굳이 학력이 뒷받침되지 않아도 육체적인 것을 기반으로 하는 일도 필요하다. 언젠가 기계들이 공장을 점령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는 아직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학력이 그다지 필요치 않은 직업도 많은 것이다. 그런데 대졸자만 넘쳐난다. 대졸자들은 특성상 눈높이가 제조업 생산현장 쪽으로는 거의 맞춰져 있지 않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일부 사무직에서도 굳이 대졸자만이 요구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학력편차가 과도한 차별을 만든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진짜 고졸, 대졸의 차별은 시작 때의 임금이 아니라 승진과 관련해 벌어지는 문제이다. 나는 꽤 능력이 있어도 고졸출신이기에 진급에 제한을 받았던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어떤 대기업은 대졸이 아니면 상당한 연한이 지나도 승진이 되지 않는다. 이건 정말 심각한 차별이다. 이 차별이 도대체 회사에 그리고 사회 전체적으로 어떤 역동성을 줄 수 있는지 나는 전혀 알 길이 없다.
두 번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차이다.
사실 이 두 존재 간의 임금차이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좀 심한 경우가 많다. 2012년 3월 6일 고용노동부 사업체 규모별 임금총액 집계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 상용근로자의 평균임금은 417만 5천원, 5인 이상 299인 이하의 중소기업 상용근로자 평균임금은 263만 8천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대기업의 63% 수준인 임금이 불러오는 부정적 신호는 사회곳곳에서 감지된다. 청년층의 대기업 올인 현상, 상대적 박탈감에 더욱 심해지는 3D업종 기피현상. 보다 크게는 사회적인 금전만능주의의 풍토에 일조하는 느낌마저 있다. 상대적으로 조금 더 열악한 인천에 있는 공단들의 여건을 생각하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예를 들어 특정 산업군 대기업의 제조업 생산직의 연봉은 어느 공단 중소기업 임원의 연봉을 상회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대기업 제조업 생산직을 너무 많이 준다는 얘기가 아니다. 중소기업 임원 연봉이 그들보다 못할 때, 그런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일반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어떨 것이며 무엇보다 그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절반? 그나마 그 정도면 괜찮은 중소기업이다. 그보다 훨씬 못한 임금과 훨씬 못한 임금 이상으로 극악한 근로환경에서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는 얘기다. 하물며 여기에 산업간 불균형, 그리고 연령대에 따른 불균형까지 더해지면 더 얘기하기 무서울 정도다. 왜 적게 주느냐고 중소기업주만 나무랄 수도 없다. 대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자면 그렇게라도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전혀 터무니없는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 불평등은 일정부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2011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구었던 ‘월가 시위'를 기억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꾸는 꿈은 ’한 명이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인재‘에 대한 꿈이었지, ’한 명이 만 명의 급여를 먹어치우는 시대‘의 꿈이 아니었다. 과도한 차이는 종종 사람의 의욕을 오히려 꺾어 놓는다. ‘상대적 박탈감’이란 요즘 시대의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흉이다. 이런 문제가 좀 더 합리적인 차원에서 다뤄지지 못하고 관행처럼 유지되거나 강화되어 간다면 건강한 기업현장의 꿈은 정말 꿈으로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동기를 살리면서 좀 더 현명한 차별을 지향하는 기업현장의 지혜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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